초컬릿 광고 쓴맛만 남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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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초콜릿 제조업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을 소재로 별 생각 없이 광고를 내놨다가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초콜릿 제조업체인 캐드베리사는 '템테이션'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카슈미르 분쟁 지역과 연관시켜 "남과 나누기엔 너무 아깝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낸 것에 대해 물의를 일으킬 의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 광고는 인도의 독립 기념일인 8월15일 인도 일간지들에 게재됐다.

이 광고에는 카슈미르 지도와 함께 "나는 멋져. 나는 유혹적이야. 나는 남과 나누기엔 너무 아까워. 내가 누굴까? 캐드베리 템테이션일까? 아니면 카슈미르일까?"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 광고는 인도 전역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켰고, 모든 정당의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아탈 비하리 바즈파예 인도 수상이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의 지도부 인사인 비노드 타우데는 이 광고가 '기본적인 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뭄바이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타우데는 지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카슈미르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수많은 장병들이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라며 "이 같은 광고는 이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기본적인 의식이 결여된 것이다. 어떻게 상품 광고가 창의성이라는 명목으로 카슈미르 지역이 공유돼야 할 땅이라는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인접국(파키스탄)이 이 땅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는 것인가? 왜 카슈미르 같이 감정적인 사안을 제품 홍보에 이용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캐드베리 인도 지부는 성명을 통해 "일간지에 게재된 이번 캐드베리사의 템테이션 광고로 여론에 물의를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우리는 이번 광고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모든 여러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영국에 있는 캐드배리 슈엡스 본사는 역시 성명을 통해 "간혹 현지 경영진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카슈미르는 지금까지 세 번에 걸친 인도와 파키스탄 간 전쟁 중 두 차례나 분쟁의 원인이 된 바 있으며, 현재 양국은 카슈미르 지역을 분할 점령한 상태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로 핵 전쟁 위기에까지 직면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이곳 접경지역에는 1백만명 가량의 인도 군 병력이 배치돼 있어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LONDON, England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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