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의 천막수업|막연한 재 공급|학력저하로 진학에 큰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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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주간인데다 진학 기를 앞두고 지난9월 집중폭우의 피해를 크게 본 삼남지방의 국민학교 어린이들은 교과서마저 물에 떠내려보내 학교수업을 받는데 지장을 받고있다. 역수시 기남국민교는 1천6백 여명의 학생중 반수인8백여 명의 어린이가 맨 손으로 선생님의 얼굴만 쳐다보는「맨손」수업을 하는 등 폭우피해지구 어린이들이 독서와 진학의 계절을 맞아 책을 안타깝게 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교육관계당국은 속수무책. 교육주간에 여러 가지 행사만 떠 벌일 것이 아니라 관계당국이「맨손」수업중인 삼남의 어린이들에게 단1권의 낡은 책이나마 보내주기를 목매어 호소하고있다.
삼남을 여지없이 할퀸 집중폭우로 경남 밀양군에 만도 삼랑진·가인·동강 등 3개 국민학교가 물에 잠겼고 이중 삼랑진국민교6백여 명의 어린이(전교생1천8백 여명)가 집이 침수되어 책을 잃었다.
이 학교 6년1반은 진학을 앞두고 60명중 20여명이 교과서를 물에 떠내려보내 2명이 1권의 교과서를 같이 보도록 했지만 많은 어린이들이「맨손」수업을 받고 있다.
6년1반 담임 김영수 교사(31)는『책이 없는 학생이 많아 ,학업진도에 큰 지장을 가져오고 폭우이후 장기결석 아동이10여명씩이나 돼 학력이 걱정된다』며 한숨.
또 전남포수·고천지역에도 1천3백 여명의 국민교 어린이들이 교과서를 잃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수시 기남국민학교는 반수인 8백여 명의 어린이가 집을 침수 당한데다 교과서를 잃어버렸다.
지난9·14집중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경남 창원군도 6일 현재 7백85명의어린이가「맨손」수업중이다. 창원교육구청은 지난 폭우로 국민교 교과서 6천1백84권이 물에 떠내려 간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교과서를 잃은 어린이들에 대한 책 공급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창원군 대산면의 고몰패·상동·주남·신사·욱양·남포·상강·판실 등8개 부락4백50여 가구 주민들은 집이 모두 침수된 데다 6일까지도 주남·고원포 마을엔 물이 빠지지 않아 천막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새우고 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이 다니는 신몰국민교(교장 설우술·52)는 전교생 5백여 명 중2백여 명이 교과서를 잃어 새「노트」만 들고 등교, 선생님의 얼굴을 교과서 대신 바라보며 수업을 받고있다.
6학년 담임 박전환씨(33)는「요즘 수업을 진행시키기가 어렵다. 책을 가진 학생과 없는 학생을 함께 앉도록 자리를 바꾸어 수업중이나 맨손인 학생이 너무 많아 큰일이다. 당국이 현 교과서나마 보내 주었으면...」하고 안타까워했다. 창원군 대산국민교5년4반 담임 여득환씨(37)는 반 학생들에게 지난해의 현 교과서 수집운동을 하도록 해서 책 없는 여인순양 (13)등 10여명에게 나누어주어 원만한 수업을 진행시켜「맨손」수업을 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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