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소년 36년만에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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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종가 디즈니사도 할리우드를 휩쓰는 속편제작 바람을 비켜가기는 힘든 모양이다. 최근 행보를 보자. 지난해에는 영국 아동문학의 고전인 '피터팬'과 '보물섬'을 요리해 '리턴 투 네버랜드'와 '보물성(星)'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번에 내놓은 것은 '정글북'의 속편이다. 야생동물에 의해 키워진 소년의 모험을 그린 '정글북'은 1894년 원작이 출간된 이래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을 만들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J R 키플링의 원작을 1967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지 36년 만이다.

속편이 살아남는 방법은 전작의 지명도를 십분 활용하면서도 나름의 독특함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마을에서 살게 된 주인공 모글리가 정글에 대한 향수(鄕愁)를 이야기하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정글에서의 신나는 모험을 들려주는 모글리의 눈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금기가 있었으니 바로 '강을 건너지 말라'는 것. 위험한 정글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양아버지의 명령이다. 그래서 '강'은 소년이 넘지 못할 그 무엇이 되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모글리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끼어드는 사람이 모글리의 여자친구 샹티. 모글리가 정글 친구인 푸른곰 발루와 함께 강을 건너는 것을 보고는 혼자 횃불을 들고 모글리를 쫓아 정글로 들어간다.

마을 어른들이 그렇게 말렸던,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으로 한밤중에 선뜻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것은 모글리에 대한 사랑이다.

사실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모글리에 비해 샹티는 훨씬 현실적이다. 영화의 말미에서 그녀는 마을과 정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모글리를 놔두고 냉정하게 발길을 돌린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잘 알고 있다는 투다. '타잔'에서 제인이 밀림을 택한 것과는 정반대다. 그래서 관객은 샹티의 현명함에 더 점수를 주게 된다.

여기에 음흉한 호랑이 쉬어 칸, 굶주린 보아뱀 카아, 정신 못차리는 푼수 떠벌이 독수리 러키 등 성격파 동물들이 특유의 긴장과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디즈니의 공식대로다.

모글리 목소리를 연기한 할리 조엘 오스멘트는 영화 '식스 센스' 등으로 낯익은 소년배우. 회색곰 발루 역은 '고인돌 가족'의 존 굿맨이 맡아 특유의 넉살좋은 아저씨 느낌을 십분 살려냈다.

67년판에 수록됐던 '베어 니세서티스(Bare Necessities)'를 비롯해 '정글 리듬''와일드'등 신명나는 노래와 경쾌한 리듬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다른 축. 아이들의 이해를 위해서는 더빙판이 좋겠지만 원작의 흥겨운 멜로디와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자막판을 권한다.

미국에서는 밸런타인 데이인 14일 첫 선을 보였으며 국내에서는 22일 개봉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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