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서류 떼러 갔더니 오후 5시인데 행정실 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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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모(46·광주광역시 송정동)씨는 최근 서울 전학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 행정실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오후 5시가 채 안 됐는데도 문이 잠겨 있었던 것. 교무실에 남아 있던 교사는 “행정 직원 퇴근 시간이 오후 5시30분에서 4시30분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상당수 지역 초·중·고 행정 직원들이 근무 시간을 하루 1시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 퇴근하던 것을 출근은 그대로 두고 퇴근만 한 시간 당긴 것이다.

본지 확인 결과 17개 시·도 중 대전·울산·제주·세종을 제외한 13개 시·도가 수개월 전부터 ‘지방공무원 복무조례’를 바꿔 학교 행정직원들 근무 시간을 줄였다. 다만 서울은 조례를 바꾸면서도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서울의 학교들에서는 행정 직원들이 대부분 오후 5시30분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시간이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으로 조정된 시·도의 행정 직원들은 점심 시간 1시간을 빼고 하루 7시간, 주 35시간 근무를 하게 됐다. 급여와 수당 등은 그대로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교사와 퇴근 시간을 맞춰 달라”는 일반 행정직 노조 등의 요구에 교육청과 지방의원들이 조례를 바꿔줬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박용성 의원은 “같은 직장에서 교사들보다 1시간 더 근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행정 직원들의 논리였다”고 전했다. 현재 교사는 근무 시간이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으로 돼 있다. 점심 시간을 빼고 생각하면 하루 7시간이다. 그러나 교사는 점심 시간에도 생활 지도를 한다는 점을 감안해 8시간 근무로 인정하고 있다.

 일선 학교는 삐걱거리고 있다. 오후 4시30분이 지나 열리는 방과후 학교, 돌봄 교실 등은 행정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내 시설물 공사도 오후 4시30분이 지나면 제대로 감독이 안 된다. 행정직이 하던 일이어서다.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 교장은 “낮에 수업하느라 바쁜 교사들이 오후 5시 넘어 행정업무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정실이 일찍 문을 닫아 제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행정직원 근무 시간 단축이 공무원 1일 8시간 근무 규정을 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태형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장은 “안전행정부·법제처와 협의한 결과, 일반 공무원인 행정실 직원의 경우 점심 시간을 근무로 인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런 내용을 공문에 담아 각 교육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장대석 기자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를 통해 ‘전국 13개 시·도의 초·중·고 행정실 근무가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에서 오후 4시30분까지로 조정됐다. 행정 직원들은 점심 1시간을 빼면 하루 7시간, 주 35시간 근무를 하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점희)은 “행정실은 점심시간에도 학생·교사·학부모·민원인을 상대로 계속 업무를 하기 때문에 오후 4시30분에 퇴근하는 것은 교원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사에서 “행정 직원이 하는 교내 시설물 공사 감독도 오후 4시30분이 지나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 부분에 대해 “필요할 경우 퇴근시간을 넘긴 초과 근무를 통해 감독을 하므로 퇴근시간이 바뀐 것과 공사 감독과는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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