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절감 대신 인재 육성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고용 창출과 인재 개발에 힘쓰는 것이 기업 책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중국의 인건비도 언젠가는 상승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인건비 절감 대신 지식과 기술이 뒷받침된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존 라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제조업체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조업체의 대표주자인 GE는 지난달 국내에 조선해양본부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GE는 이미 국내에 14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 U-헬스케어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고, 경기도 판교에 에너지 R&D센터를, 성남에는 초음파 연구기지와 생산시설을 갖췄다.

 - 한국에 조선해양본부를 두기로 했다.

 “한국이야말로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들이 있는 나라다.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인재도 풍부하다. 주요 시장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 고객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 바스프(BASF), 지멘스 등도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립한다. 한국의 매력이 무엇인가.

 “한국 시장 자체가 가장 큰 강점이다. 한국은 기술과 제품이 모여드는 시장이다. 또 한국에 세계 주요 기업들이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개발되는 제품이나 기술이 전 세계 다른 시장에 영향을 준다. 한국 기업들의 리더십도 강점 중 하나다. 한국 대기업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냈다.”

 -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한국을 떠나려고 한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기업은 몇몇 시장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의 성장둔화를 보라. 위기는 언제 어디에서 올지 모른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중요하다. GE는 16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 많은 기업이 해외 진출에 실패하거나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해외 진출 시 중요한 점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강점과 현지 역량을 조절해 최적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지금처럼 본사와 지사의 거리가 멀고 모든 결정을 본사에서 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는 의사결정 과정, 인재 선발과 양성, 적절한 위험진단과 평가, 현지와 본사의 소통 등을 잘해내는 게 중요하다. 이 답을 찾아내는 기업이 21세기에 성공적인 기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 인건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세계 어디에서 생산하든 인건비는 점차 상승하게 돼 있다. GE가 선도하는 제품 중 하나인 제트엔진과 가스터빈은 고임금지역인 미국과 서유럽에서 생산하면서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그만큼 유능한 직원들이 일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라이스 부회장은 “돈 때문에 회사를 선택하지 말고 내가 기꺼이 동화되고 싶은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를 선택하라”며 “내가 한 회사에서 35년을 꾸준히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활용과 더불어 기술력 향상도 필수요인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GE는 항공기 엔진용 연료 노즐의 경우 20개가 넘는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생산속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조 과정에서 낭비되는 재료도 줄이고 있다. 그는 “효율성을 높여 주는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리콜 비용을 줄이고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윤경 기자

존 라이스 GE의 부회장이자 GE의 글로벌 성장과 운영을 담당하는 GGO(Global Growth and Operations)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미국 해밀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면서도 GE의 최고경영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78년 입사해 2000년 GE 에너지사장, 2011년 GE 부회장이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