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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로 건보료 덜 낸 연예인 왜 못 밝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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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주영
사회부문 기자

60대 여성 연예인 A씨는 과표금액 기준 부동산 재산만 6억원에 달한다. 임대료 등 사업소득은 해마다 4억원이 넘는다. 버는 돈이 많으니 건강보험료도 많이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로 월 167만8430원의 보험료를 내야 정상이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매월 2만7040원의 건보료만 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꼼수를 썼다. 지인의 회사에 위장 취업을 한 것이다. 한 해 수억원의 소득을 올리면서도 9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A씨가 허위로 직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격을 박탈했다. 그동안 내지 않은 지역가입자 건보료 1661만5600원도 소급해서 부과했다. A씨는 10개월 내에 이 돈을 공단에 내야 한다.

 건강보험 가입 자격 허위 취득은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일부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16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씨처럼 지역가입 대상자이면서도 직장가입자로 자격을 허위 취득한 사람은 지난해 1824명이나 된다. 2011년 953명에서 두 배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현재 1456명이 적발됐다. 이들이 내지 않은 건보료를 추징한 실적도 2011년 39억원, 2012년 59억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A씨는 누구일까. 어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건보료를 적게 내려고 꼼수를 썼을까. 인터넷 공간에도 ‘A씨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온다. 문제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명단을 공개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A씨가 누구인지 절대로 외부로 알려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당하게 건보료를 덜 내는 사람들을 법적 근거가 없어 공개 못한다는 현실을 수긍할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성실한 납부자들이 A씨의 존재를 궁금해 하는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한 달에 90만원을 버는 어느 근로자가 적은 월급을 쪼개 매달 납부한 보험료로 A씨가 혜택을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은 사회보험의 근간이다. 지금까지는 이 근간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했다.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현재는 적발되더라도 안 낸 보험료만 내면 추가 불이익이 없다. 올해 9월부터 건강보험법 개정안 실시에 따라 보험료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이 공개된다. 2년 이상 1000만원 넘게 밀린 사람이 대상이다. 여기에 A씨 같은 위장 취업자들을 포함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장주영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