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지리산 엄천계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엄천은 지리산 북단, 마천고을을 끼고 도는 시냇물―주봉 천옥봉과 반야봉에서 비롯하여 북녘등어리를 굽이쳐 흐른다.
남원군 산내땅의 실상사를 옆에 끼고 동남진하는 시원한 물줄기는 곳곳에 편무암의 비경과 절경을 만들어 놓으며 마천고을에서 백무동을 흘러내린 물과 합류, 남강의 상류를 이룬다.
흰 포말과 얼음장같이 차디찬 물은, 이리하여 마천을 복중 섭씨28도 이하의 서늘한 고장으로 이름짓게 했다.
운봉땅 인월에서 마천으로 꺾어들면 길은 외줄기. 경상도의 억센 사투리와 전라도의 인정담긴 사투리가 엇갈리는 속에서 「버스」는 물줄기가 인도하는 관광도로를 간신히 기어 간다. 마천은 지리산을 오르는 북녘 휴식소.
산허리를 눈앞에 두고 허리띠를 동여매는 등산객을 향해 『마천 똥돼지 맛좀 보고 가이소』하고 주막집 아낙네가 소리친다.
마천돼지는 기온이 일년내 찬곳에서 자라 비계기름이 두껍지 않게 여물었다는 것이다.
벽서에 한잔 술이 없을 수 있는가?
얇고 쫄깃쫄깃한 비계무침에 마천냉막걸리를 들이킨다.
왜 이렇게 맛있는 돼지가 하필 똥돼지라 불리는가?
『아, 뚱돼지라 함은 애교가 아닝기오?』
주모의 익살맞은 표정이 화사하다.
그러나 지리산골 마천은 가랭이가 찢어지도록 가난하다. 면민의 주식량을 60%밖에 생산 못하는 산골짜기에서 감, 밤, 감자등 복수작물을 재배하나 이곳 의탄국민학교 어린이의 소원은 커다란 주발에 수북이 담긴 한그릇의 쌀밥이다.
67년 지리산관광개발 「붐」이 한때 일자 주민들은 외처돈을 한푼이라도 끌어 들이기를 희망, 1년을 걸려 산을 깎고 바위를 다듬어 함양∼휴천∼유림∼마천 사이의 관광및 지역개발도로(폭8m)38km를 두 주먹만으로 닦아 놓았다. 이 도로는 줄곧 엄천계곡을 옆에 끼고 돌아 용유담, 함허정, 벽송사 (국보474호·3층석탑으로 유명)등, 연정등 암천계곡의 비경을 샅샅이 볼수 있게 트여있다. 하지만 이 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은 극히 드물며 지리산개발도 한낱 구두계획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에 곽성준 마천면장은 『밤낮 시골 그 풍경이 그 풍경이다』고 발전없는 내 고장을 안타까와 했다. 글 양태조 기자|사진 송영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