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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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방전만 해도 미술대학 하나 없던 우리나라에서 요즘은 대학마다 미술학부가 있고 종합입학에선 따로 미술대학이 있어 매년 올챙이 미술가를 수백명씩 사회에 내보내고 있다.
미술대학의 취지란 한사람의 천재를 키우기 위해서 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의 기본지식과 실기를 가르쳐서 미술을 체득하고 보급하여 미술의 올바른 대중화를 꾀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미술대학의 교육은 불필요한 많은 학과를 배우느라고 정작 미술교육에 있어서 필요한 실기시간이 너무 형식에 지나지 않는 정도다.
이것은 딴 얘기지만 어느 친구 한분이 완당서체를 연구·감상하기 10년. 어느날 완당의 글위에다 엷은 미농지를 펼쳐 놓고 서체를 본떠보았더니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하던 완당의 경신과 서체의 묘미가 절실히 느껴지더라고 했다. 이것은 미술공부에 있어 실기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하는 좋은 예가 되는 얘기다.
미술대학의 교육이란 다른대학, 이를 테면 의대라든지 상대, 예대에서 각자가 자기의 특수부문에 관련성 있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전수받고 있는 것과 같이 미술교육면에서도 불필요한 여러과목을 정리하고 실기시간을 연장해 더 많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현재 미술대학에서 4년동안 미술공부를 했다하지만 실지로 실기는 6개월밖에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런 까닭에 기본지식도 충분히 배울 여유도 없거니와 실기도 번번이 습득할 여유가 없어 졸업후 사회에 나오더라도 실효를 못 거두는 실정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 자신이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이점을 절실히 느꼈지만 학생들도 졸업 후에 자신의 충분치 못한 능력을 걱정하며 좀더 배우고 싶어함을 수없이 들었다. 이 여파로 생긴 것이 대학원인데 모두 대학원에 들어 갈수도 없고 보면 아무래도 지금의 학제에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문교당국은 이점을 거시적으로 연구 이해해 주어야 하겠다. 소중한 시간을 불필요한 많은 학과로 해서 뺏긴다는건 기술교육면에 있어서 큰 손실이라 할것이다.
미술대학의 궁극적 목적이 끊임없는 창조의 과정을 위한 기초지식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무당국에서 다시 한번 이해하고 재고해 주었으면 한다. 김기창 <동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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