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장의 순결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북대학생 7명은 지난 5일 의외의 등기우편 한장씩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데모」주동혐의로 무기정학처분을 받은 학생들이다. 그 등기우편 속엔 난데없이 징집영장이 들어 있었다. 한 학생은 15일까지, 나머지 학생들은 12일까지 입대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병무청에 연기원을 내어 그 혜택을 받아 왔었다고 안다. 징집연기는 병역법 제45조에 의해 학생의 경우 마땅히 보장되어있다. 다만 휴학한 자, 군사교육을 받아야 할 자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받지 않은 자, 또는 졸업에 늑장을 부리는 만년학생에 한해서 그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7명은 「휴학케이스」로 따질 수는 없다. 무기정학자도 당당히 학적은 유지하고 있다. 연기사유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병역법시행령 제187조는 사유해소자의 경우 본적지의 병무청장에 의해 구청장·시장 또는 군수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있다. 그렇게 벼락치기로 등기우편에 의해 불쑥 영장을 내미는 법은 없다.
문제는 법률적용상 흠이 있느냐, 없느냐에만 있지는 않다. 오히려 행정당국은 법률상 연기해소의 사유를 넉넉히 갖다 붙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 문제는 사실 그런 것과는 전연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왜 하필이면 이들 「데모」학생에게만 일치해서 그런 영장이 발부되었느냐는 의문이다. 영장은 징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부과를 위해서만 발부된다. 이것 이외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 가령 범법자를, 아니면 대학교의 「트러블·메이커」를 꽁꽁 묶어놓기 위해서 징집여장이 발부되는 것이라면 병영은 어떻게 되겠는가. 병영일수록 기율이 엄하게 지켜지고 질서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장발부의 목적은 너무나 뻔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병무청에 영장의 발부를 의뢰했다고 한다. 이 경우는 병역사범이 아니고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경찰은 오히려 징집영장의 순결성을 지켜주고 보호해야할 입장이다. 역시 병무청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헌법의 정신이며, 국민이 쾌히 병역의무에 응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병역의무의 순결을 위해서도 「데모」와 징집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병영은 교도소와는 거리가 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