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소득세 20억달러 탈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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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 미국 재계를 강타한 회계부정 스캔들의 진원지인 에너지 대기업 엔론의 탈세비리가 밝혀졌다.

미국 상.하양원 합동징세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엔론의 회계비리 및 소득세 탈루 실태 등을 소상히 파헤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엔론이 1996년부터 99년까지 소득세를 한푼도 납부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탈세는 세무전문가.은행가.회계사.변호사 등이 공조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회사의 탈세과정에 가담한 금융기관이나 회계법인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연방검찰은 엔론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 "이 회사가 1995~2001년에 12건의 대규모 거래를 통해 20억달러가 넘는 세금을 탈루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세청(IRS)도 파악하기 어려운 교묘하고 복잡한 거래수법을 이용하고, 세법의 허점을 노려 탈세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번 조사에서 엔론의 경영진이 세무관리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도 적발됐다"며 "게다가 엔론사의 케레스 레이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은 회사를 사금고화 해 개인적인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레이 전 회장은 2001년 한해 동안에만 7천7백50만달러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이용했으며, 2백여명의 고위 중역이 2000년에 회사 전체의 순수입(9억7천5백만달러)을 웃도는 14억달러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엔론의 탈세실태 조사를 지휘한 미 상원 재무위의 찰스 그래슬리 위원장은 이 보고서에 대해 "마치 음모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며 "미국의 최우량 은행과 회계법인, 변호사들이 금세기 최대의 기업사기극에 놀아났다"고 개탄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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