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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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8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창조경제 사이버 박람회’란 웹사이트를 열었다. “누구나 쉽게 창조경제의 성공 사례를 직접 체험하게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다. 박람회엔 창조경제에 대한 개인의 아이디어와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대학 등 30개 기관의 42개 제품·서비스가 전시됐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하루 만에 사라졌다. 9일 사이트에는 ‘다음에 보다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과문이 걸렸다. 일부 기능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 게 미래부의 설명이었다. 당초 오프라인 박람회를 준비하다 사이버 박람회로 급선회했지만 그마저 엉성하게 준비했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미래부는 11일 보도자료를 내서 또 한 번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박근혜정부에서 신설된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전진 기지라는 평가 속에 주목을 받으며 출범했었다. 그러나 부처 출범 후 3개월 동안 ‘창조경제’라는 말만 무성하게 앞세웠을 뿐 보여준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부가 지난달 4일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 계획’도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을 재탕·삼탕한 게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룡 부처’란 평가를 받으며 52일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의 걸림돌이 됐던 게 무색할 정도다.

 청와대에서도 미래부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소관수석실인 미래전략수석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업무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거창하게 만들어 놨으면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뭐가 나와야 할 거 아니냐”며 “마치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조경제의 특성상 대통령 임기 초반에 씨를 뿌려야 5년 뒤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도대체 어떻게 성과를 만들지 걱정”이라고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18일 ‘창조경제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당면 과제’란 보고서에서 “미래부는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실·국이 그대로 이동만 했을 뿐 효율적 조직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존재감이 크지 않은 건 미래부의 파트너 격인 미래전략수석실 또한 마찬가지다. 창조경제에 관한 주도권이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에서 조원동 경제수석으로 쏠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에게 조언해 온 한 학자는 “경제 분야의 대통령 자문기구를 모아 최근 발족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창조경제를 사실상 경제수석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30년 동안 미국에서 거주했던 최순홍 수석은 우리 정치 문화에 서툰 면이 있어 조원동 수석에게 힘이 실리는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애초 박 대통령의 인선 구도가 흐트러진 게 최근의 우려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종훈 전 미래부 장관 후보자를 영입하면서 그의 파트너로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최순홍 수석을 낙점했다가 그림이 달라진 게 근본 원인이라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 투수와 채드 크루터 포수가 맞춤형 배터리였던 것처럼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최순홍-김종훈’ 콤비도 맞춤형이었을 것”이라며 “그게 ‘최순홍-최문기’ 라인으로 변경되면서 애초 의도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허진·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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