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밴 애플렉이 인기 배우 해리슨 포드 대신 라이언 역을 맡았다. 그리고 라이언이라는 인물은 영화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마약전쟁'의 주인공보다 나이도 더 어리고 지위도 낮다. 또 이 영화는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전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과감하게 클랜시 시리즈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썸 오브 올 피어스'는 이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필 알덴 로빈슨("꿈의 구장" 1989)이 감독한 이 영화는 초반부터 열기를 띠며 관객들을 테러단의 손에 핵폭탄이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대한 뒷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폴 아타나지모와 다니엘 파인이 클랜시의 1991년 소설을 바탕으로 쓴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그 진행 속도가 정교하게 짜여져 있고 그리고 영화 절정 부분에 일어날 큰 일들을 예견하는 작은 복선들이 서서히 등장하도록 구성돼 있다.
악의 음모
영화가 시작되자 라이언은 자기의 미래의 아내, 브리짓 모인나한(해리슨 포드의 상대역을 맡았을 때의 앤 아쳐)이 맡은 극중 캐시 멀러를 만난다. 이 때 그녀는 라이언이 CIA에서 분석가의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상당한 부를 소유한 국수주의자 리쳐드 드레슬러(앨런 베이츠)는 미국땅 위에 핵폭탄을 터뜨리고 러시아인들에게 그것을 덮어씌워 두 강국간의 전쟁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드레슬러의 음모가 실현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자는 물론 라이언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키아란 하인즈는 라이언 등 미국의 전문가들로부터 감시를 받는 러시아 대통령 네메로브의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라이언은 반항적인 영웅이다. 물론 벤 애플렉이 그럴싸한 풋내기 역할을 잘 해내지만 그는 해리슨 포드의 경탄할 만한 냉소적인 면이나 비꼬는 맛이 없다. 그러나 호감형의 애플렉은 그 역할을 충분히 잘 소화해 낸다.
단편영화 배우로 명성 높은 리에브 슈라이버는 CIA의 특수전략팀원 존 클락으로 나온다. 즉 그는 살인자이다. 그는 라이언이 발로 차고 비명을 지르는 액션을 취하게 하는 장본인이다.
한 장면에서는 라이언이 그에게 "난 그저 보고서를 작성할 뿐이지 현장에서 뛰지는 않는다"라고 소리지르자 클락은 그에게 "경험한 것을 쓰란 말이야"라고 답한다.
규칙 유지
이 영화가 흥행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클랜시 시리즈 초창기 때부터 영화를 제작해 온 연출가 메이스 노이펠드 덕분이다.
알렉 볼드윈 주연의 '붉은 10월'을 시작으로 해서 헤리슨 포드가 출연한 영화 두 편을 제작했고 이번에는 애플렉과 함께 영화를 만든 노이펠드는 존 멕티어난와 필립 노이스, 그리고 이번 영화를 감독한 로빈슨 등 세 명의 감독과 일해왔다. 그는 또 지금까지 만든 영화 네 편의 톤과 느낌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오스카상 수상자 제리 골드스미스가 작곡한 영화음악이 탁월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확실한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일 년 전만 해도 국제 테러범들이 핵폭탄을 미국 땅에 떨어뜨린다는 것은 허구의 영역에만 등장할 수 있었을 뿐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끔찍하게도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것이 됐다.
'썸 오브 올 피어스'는 여름 영화들의 주된 요소인 아드레날린을 자극시킨다. 끊임 없는 액션은 당신을 정신 없게 만들 것이고 어느 순간 자신이 유쾌한 체험에 빠져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심지어는 해리슨 포드를 그리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래도 조금은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