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해군, NLL 불법어로 통제 추진 … 북 견제 효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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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윤희 총장(左), 우성리 사령원(右)

우리 해군과 중국 해군이 손을 잡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 어선을 통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기엔 중국과의 직거래를 통해 NLL 지역에서 북한과의 충돌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은 9일부터 3박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달 초 정승조 합참의장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군 수뇌부의 중국 방문이다.

 양국의 군사교류 확대 차원에서 진행된 최 총장의 이번 방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11일 베이징에서 진행될 우성리(吳勝利) 중국 해군사령원(상장·우리의 해군작전사령관)과의 회담이다. 최 총장은 이 회담에서 NLL에서의 남북 대치상황을 틈타 불법어로 활동을 벌여 온 중국 어선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어선들은 그간 교묘하게 NLL선상을 따라 이동하며 마구잡이식 조업을 해 왔다. 우리 해군이나 어업지도선이 쫓아가면 중국 어선들은 NLL 북쪽으로 달아나곤 했다. 북쪽으로 가면 우리가 들어갈 수 없음을 악용한 것이다. 올해도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500~700척씩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역에서 꽃게와 우럭 같은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면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함은 물론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발생한 우리 해경의 인명 피해도 사망자 2명을 포함해 6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남북 모두 중국 어선의 이동경로에 신경을 쓰다 보니 단속 중 NLL 월선(越線)의 위험과 충돌 가능성마저 상존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NLL에서의 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 간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했었다. 남북이 중국 어선의 진입을 공동으로 막고 어족자원을 우리가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서해 평화수역을 만들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NLL에 관해 여러 가지 발언을 해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최 총장의 방중은 전략적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과거 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이 벌어졌던 NLL을 확고히 사수하면서도 남북 간 무력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중국 어선에 대한 중국 당국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북한의 혈맹이었던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해군 고위 인사는 “과거엔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며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중국과의 관계 증진이 북한을 견제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 제안에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중국도 마냥 자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내버려 두고만 있을 순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해군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순방 당시 6·25전쟁 때 전사한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기로 양국이 합의하는 등 정전 60주년을 맞아 군사 분야에서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분위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 총장은 9일엔 상하이수경구(상하이 지역 담당 해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우 해군사령원과 회담을 마친 다음 날인 12일에는 서해를 관장하는 칭다오 북해함대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북해함대사령부에서는 중국 해군의 잠수함이나 호위함 등 최신예 중국 함정을 보게 된다. 지난달 초 정승조 합참의장 방문 때 우리 공군기를 이용해 자국 영공에 진입하는 걸 허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잠수함을 우리 해군 수장에게 공개하기로 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해군 관계자는 “ 잠수함은 전략무기로 분류돼 있는 만큼 이를 상대국에 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서로 신뢰한다는 표시”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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