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톱 체인 3위 '가부키' 한인 사장

미주중앙

입력

일식당 가부키가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의 '2013 톱 500 체인 레스토랑'에서 일식당 중 매장당 매출에서 3위를 기록했다. '노부'(1위)와 '베니하나'(2위) 다음이다.

17개 매장이 전부 직영체제로 가부키의 매장당 평균 매출은 330만 달러. 총 매출은 6000만 달러에 달한다. 그 가부키의 수장이 바로 한인 이민 1세인 데이비드 이 대표다. 누가봐도 성공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그는 '생존'이라는 말로 그의 '성공'을 대신한다. 아직도 '꿈'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꿈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의사가 꿈인 사람 중에는 돈을 벌어 안정된 삶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있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어서 의사가 되려는 사람이 있다고. 내 꿈은 돈 버는 건 아닙니다. 헬시한 음식을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죠." 지난 28일 파사데나에 있는 가부키 본사를 찾아 지난 20년간의 가부키의 '생존(?)'과 앞으로 20년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1991년이면 일식이 보편화 되지 않았을 때다. 힘들지는 않았나.

"당시 일식은 비싸다는 인식이 컸다. 회사에 다닐 때 동료들이 자랑스럽게 일식을 먹었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일식을 아이템으로 잡은 건 잘한 선택이었지만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식당운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직이다. 처음에는 식당이 리스키(위험한)한 비즈니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해보니 리커스토어보다 꾸준하다. 고객은 스마트하다. 좋은 재료를 쓰면 금방 알아챈다. 화장실 한 번 더 청소하고 테이블 한 번 더 닦았는지 고객이 먼저 알아본다."

-매각을 생각해 본 적은 없나.

"물론 오퍼를 받아봤다. 하지만 가부키는 단순히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그러니 팔 생각은 없다. 누군가는 나를 두고 '진정한 비즈니스맨은 아니다'라고 하기도 한다. 동의한다."

-매장 하나를 오픈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정도 인가.

"180만~200만 달러 정도가 든다. 고객들에게 좋은 '다이닝 익스피리언스(Dining Exprience)'를 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통 컨셉은 있지만 매장마다 인테리어 주제를 달리한다. 헌팅턴 비치 매장은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웨이브'를 주제로 했고 랜초쿠카몽가는 오리가미(일본 종이접기)를 할리우드는 도시적인 인테리어를 주제로했다."

-메뉴개발은 어떻게 하나.

"1년 반에서 2년 마다 총괄 셰프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한다. 현재 250가지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 채소로 만든 스시를 일부 매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음료 개발도 마찬가지인데 유지 마즈모토씨는 미국에 딱 2명 뿐인 매스터 사케 소믈리에 중 한 명으로 우리와 일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식당 매거진에서 뽑은 키즈메뉴 베스트에 뽑히는 등 메뉴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편이다. "

-추가 매장 오픈 계획은 없나.

"지난 4월 어바인에 오픈한 게 17번째 매장이다. 아직 다음 매장에 대해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아마도 18번째 매장은 텍사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LA한인타운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은 없나.

"사실 과거에는 한인타운이 가부키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한인 2, 3세들과 타인종들이 많이들 찾고 있어 타운 내 매장을 오픈해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장소를 물색중이다."

-또 다른 사업 계획은 없나.

"다른 컨셉의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준비해왔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 중단했다. 이제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다시 준비에 들어갔다. 이 매장은 기존의 매장보다 사이즈는 작으면서 업스케일된 컨셉이다. 기존의 가부키가 패밀리 타입이라면 준비하는 매장은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일식 스타일이 될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관리가 어렵지는 않나.

"관리팀이 있다. 본사에는 마케팅, 어카운팅, 그래픽 디자인, R&D, HR 등 부서가 세분화되어 있다. 매장직원까지 합치면 총 1400명 정도가 된다. 매장마다 4~5명 정도의 매니저를 두고 있다. 매니저를 많이 두면 인건비가 많이 나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책임감 있는 직원들이 많으면 더 원활하게 매장을 관리할 수 있다."

-직원을 뽑을 때 무엇을 보나.

"삼성 반도체에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삼성의 채용 철학은 '의심스러우면 채용하지 말고 한번 채용하면 믿어라'라고 하더라. 좋은 말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뽑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을 선호한다."

-일식당을 운영하는 이 대표가 바라보는 한식은 어떤가.

"요즘 곳곳에서 한식이 뜨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좀 더 확실한 '대표선수(메뉴)'가 필요하다. 이탈리아 하면 피자, 멕시코하면 타코를 얘기하듯 한식도 확실한 대표 선수를 정해야 한다. 또한 쉐어(share)하는 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 아직도 김치찌개를 나눠서 서빙하는 한식당은 많지 않다."

-자식들에게 비즈니스를 이어 받게 할 건가.

"그럴 생각은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비즈니스 세습이다. 물론 해보고 싶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기회는 줄 것이다."

오수연 기자 syeon@koreadaily.com

◇데이비드 이 대표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미국에 유학왔다. 로욜라 메리마운티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했고, 이후 캘폴리대에서 레스토랑 매니지먼트를 공부했다. 1991년 패서디나에 가부키 1호점을 오픈한 후 지금까지 어바인, 헌팅턴 비치, 애리조나 등에 17개 매장을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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