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 view &

'창조정부'가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홍대순
ADL코리아 부회장

바야흐로 창조경제의 물결이 대한민국을 온통 뒤덮고 있다. 이런 논의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래를 위해 변화하고 변모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조경제를 구현한다 함은 이전과는 다른 성공방정식을 가지고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창조·창의경영에 대해서는 다양하고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에 대해서는 그리 얘기가 많지 않은 듯하다. 이쯤에서 우리는 ‘창조 정부’, 즉 정부의 ‘창조·창의에 기반한 국정 운영’이라는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이고, 이러한 청사진 구현을 위한 정책이 어떻게 뒷받침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마치 하얀 도화지에 새롭게 그려나가듯 준비해야 한다. 기존 것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롭게 재구성해 보는 것이다. 마치 원점에서 출발하듯이.

 예를 들어 보자. 똑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정부 예산 지출에 대하여 창조정부 관점에서 적용해보자. 대한민국 정부 예산지출은 340조원대에 이른다. 이 돈이 내 돈이라고 생각하고, 340조원을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대한민국이 그리는 미래의 국정목표를 염두에 두고 재구성한다면 어떨까. 지금과 유사하게 배분할 수 있을까. 예산 지출을 줄이고도 기대효과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꼭 필요하다. 정부 예산 지출을 꼭 줄여야 한다기보다는 ‘정부 예산 지출은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이 시점에서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 새로운 각도, 새로운 생각, 새로운 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어떤 항목에 대해서 작년도 예산이 100이었으니까, 내년도 예산이 200이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 과거 행태에 비추어 보면 2배가 증가되어야 하는 의미 있는 예산에 대해서 명확한 이유도 없이, 심증적으로 너무 많다는 등의 그야말로 행정 위주의 생각으로 대폭 축소시켜 버릴 수도 있다. 물론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창조경제에서 정부 예산 지출 계획은 이래서는 안 될 것이다. 전년도 대비 2배, 3배라 할지라도 그 이유가 타당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키 위해 필요하다면 대한민국 전체 청사진에 기반해 예산 지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런 예산의 규모가 요구되는 예산대비 대폭 줄어든다면 이는 국가 미래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창조·창의적인 생각은 사장되어 갈 것이며, 그만큼 대한민국의 크기는 작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우 우울하기 그지없다.

 아울러 우리가 인지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제로 베이스에서는 대한민국의 종합적인 청사진하에서 예산 지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복지·과학기술 등의 부처·분야별 개별적 접근이 아니라 범부처 차원의 총괄적·종합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즉 340조원을 꿰뚫어 보면서 어디에 어떻게 예산을 배분해야 의미가 있을지, 특정 예산이 다른 예산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구상하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마치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이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도 분야별 예산 위주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결국 과거 패턴대로 부처별 예산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부분 최적화는 될지언정 전체 최적화는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창조정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경제의 실현이 그만큼 더디게 될 것이고, 자칫 창조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창조경제하에서 정부 정책 활동의 모든 것에 대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왜(why)’라는 질문을 던져보면서 하얀 도화지를 새롭게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창조경제의 닻이 올려진 상태다. 미래 창조경제의 성공스토리를 써 내려갈 대한민국을 위한 창조정부 DNA로의 대전환을 기대해 본다.

홍대순 ADL코리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