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3개국 "스노든 망명 받겠다" … 미국 압력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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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베네수엘라·니카라과·볼리비아 등 남미 3개국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잇따라 밝혔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의 박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스노든에게 인도적 망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상황이 허락한다면 스노든의 망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역시 “미국과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전혀 두렵지 않다”며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다면 기꺼이 망명처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3일 스노든을 전용기에 태웠다는 구설에 휘말려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에서 영공 진입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13시간 동안 오스트리아에서 머물러야 했던 그는 “프랑스 등이 영공 통과를 거부한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자국 주재 미 대사관의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미국에 비판적인 이들 중남미 3개국의 망명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망명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볼리비아의 사례처럼 미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한 국가들이 스노든이 탄 비행기의 영공 진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든은 지난달 23일 홍콩을 떠난 이래 현재 러시아의 셰레메티예보 공항 환승구역 내에 머무르며 발이 묶인 상태다. 스노든은 위키리크스의 도움을 받아 21개국에 망명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국가로부터 망명을 거부 당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위키리크스 측은 지난 5일 스노든이 추가로 6개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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