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볼일' 제대로 못 보시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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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게 있을까. 소변을 보지 못해 절절매는 노인에게 요도관을 이용해 배출시켜 주고 난 뒤 “고맙다”며 큰절을 받을 때마다 이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소변을 만드는 신장이 망가진 것이다. 신장이 많이 손상되면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해 신장투석이 필요하다.

 둘째는 소변이 나오는 길(요도)이 막힌 것이다. 주요 원인은 전립샘 비대증이다. 나이가 들면 전립샘이 커지고 결국 요도가 막힌다. 전립샘 비대증이 있으면 평소 잔뇨감이 있다. 오줌 줄기가 가늘어지고 수면 중 두 번 정도 소변이 마려워 깬다.

 최근 75세 K씨가 진료실을 찾았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K씨는 얼마 전 중학교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다. 막걸리를 마시다 학창 시절 얘기에 푹 빠져 소변이 마려워도 참았다. 뒤늦게 화장실에 갔지만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소변을 볼 수 없었다. 아랫배 통증이 너무 심해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갔다. 요도관을 꽂고 강제적으로 소변을 배출했다. 무려 1000㏄의 소변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이후 계속 소변 보는 게 시원찮다고 했다.

 전립샘 비대증이 의심돼 초음파 검사를 했다. 정상적인 전립샘 크기는 약 20g으로, 호두알만 하다. 하지만 K씨는 3배나 커진 60g이었다. 요속을 측정해 보니 정상(20~25mL/초)의 절반 밑인 10mL/초 이하에 그쳤다. 방광 출구가 막힌 폐색증이 의심됐다. 소변을 충분히 본 뒤에는 방광
내에 남아 있는 소변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K씨는 소변이 무려 150㏄ 이상 남았다. K씨는 전립샘 크기가 너무 크고 방광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수술을 받았다.

 전립샘은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한다. 전립샘 가운데로 요도가 지나간다. 전립샘은 35세를 넘기면서 점차 커진다. 빠르면 40대 후반부터 전립샘 비대증을 겪는다. 과거 내시들은 비대증이 없었다고 한다. 전립샘 비대증은 고환 등에서 만들어지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특히 육류를 즐기는 사람의 발병률이 높다.

 전립샘 비대증이 많이 진행되면 요도가 갑자기 막히는 급성요폐증이 생긴다. 이때 방광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방광 기능이 완전히 손상될 수 있다.

전립샘 비대증은 약물과 수술로 치료한다. 환자의 80%는 약물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된다. 치료제는 전립샘과 방광 사이의 긴장을 풀어줘 소변이 수월하게 나오게 돕는다.

 약물을 복용해도 소변 보기가 힘들면 수술이 필요하다. 위내시경수술을 하듯 방광내시경을 이용해 전립샘을 잘라 크기를 줄인다. 최근엔 고출력 레이저인 플라스마를 이용해 커진 조직을 기체 형태로 날려 치료한다. 수술 중 출혈이 거의 없고 통증과 부작용이 적다. 하루만 입원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전립샘 비대증을 예방하려면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중년 이후 정기적인 검사도 필요하다. 전립샘 건강에 도움을 주는 토마토는 날것으로 먹는 것보다 기름에 볶아 먹는 게 좋다. 그래야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이 잘 흡수된다.

▶이윤수(55)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열린의사회회장 역임.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인 ‘한국인의 성의식 및 성생활에 관한 보고서’ 등을 발표. 저서로는 『오늘도 나는 완전한 성을 꿈꾼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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