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콩」의 소위 10개항 평화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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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파리」평화회담에서「베트콩」은「베트남」에 자유선거를 실시하기위해 과도적인 연립정권을 구성하자고 요구하면서 8일 새로운 10개항목 일괄 평화방안을 제시했다.
그 10개항목이란 ①미군 및 연합군의 무조건 전면철수 ②월남내 군사문제는 월남당사자들스스로가 해결 ③외세간섭 배재하의 자유선거 ④종전에서 연정수립까지의 과도기간중 어느측도 그들의 정권을 불강요 ⑤평화적 중립의 외교정책수행 ⑥월남통일을 남·북월 양측의 동의와 합의로 단계적으로 성취 ⑦월남과 월맹은 비동맹정책고수 ⑧전쟁포로 석방을위한 협상 ⑨미군 및 연합군의 병력·무기·물자 철수를 감시할 국제협정 체결 ⑩1954년「제네바」협정에 의거한 월남국민들의 기본권·독립·주권·영토보전등을 준수한다는 것 등이다.
이와같은 평화방안은 「베트콩」측이 종전부터 내세워 오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요, 따라서 조금도 기발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월남에 새로운 정치질서가 수립되기까지의 과도기간중 취해야할 일련의 정치적 군사적 조처를 구체적으로 밝혀 놓은 점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얼핏보면 이 10개 항목은 오랜 세월을 두고 적대를 거듭해 오던 두개 이질적인 세력을 동일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공존케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처럼 보일는지 모른다. 그러나그 내용을 세밀히 검토해 보면, 미군 및 연합군의 일방적인 무조건 전면철수, 그리고 현존하는 합리적인 월남정부의 전복을 꾀하고 있는 점에 있어서 월남정부나 참전제국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락할 수 없는 것이다.
「파리」평화회담의 대세가 월남문제의 정치적 해결책으로서 연정·중립화의 방향으로 기울어져가고 있음은 부인키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연정·중립화란 어디까지나 현존하는합헌적인 월남정부를 기초로 하고, 그정치적 토대를 확대하는 것이어야 하며, 또 연정·중립화를 촉구키위한 외군철수는 상대주의 원칙에 입각해 연합군의 철수와 공산군의 철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앞서 미국정부가 미군필수조건으로서 ①월맹군과의 동시철수 ②「사이공」정부군대의 강화 ③축전등 어느하나만이라도 충족되면 미군철수를 실천에 옮겨도 좋다고 밝힌바 있으나,이런 구상도 합헌적인 월남정부의 존속강화를 대전제로 하고 있는것이다. 이번에 「베트콩」이 제의한 10개 항목평화안은 위에말한 미국측 철군안에 대한 정치적 반응으로 보여지는데, 「베트콩」이 마치 완전한 승자연하여 미군 및 연합군의 무조건 철수, 합리적인 월남정부의 전복을 전제로 한 새정치질서의 수립등을 들고나왔다는 것은 평화회담의 전도를 위태롭게 하는 처사라 단정치 않을수 없다.
평화협상은 교전쌍방이 군사행동만 가지고서는 쌍방이 모두 전쟁목적을 달성할수 없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요, 평화를 과감하게 쟁취하기 위해서는 호양에의한 정치적 타결이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를 상대로 하는「기브·앤드·테이크」에 있어서는 이쪽이 양보의 기세를 보일수록 그들이 승리자연하여 가일층의 양보를 강요해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협상과 공개, 비밀여하를 불문하고 미국과「사이공」정부가 의연한 태도를 취해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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