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학원 이사장 구속 … 국제중 입시비리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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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이 2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식 침대에 누워 서울북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영훈국제중학교 입시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돼 온 김하주(80) 영훈학원 이사장이 2일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오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오후 8시쯤 김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이사장은 학부모들로부터 입학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돈을 받고 성적 조작에 관여한 혐의(배임수재 및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법인 회계에서 집행해야 할 차량 유류비와 영훈국제중 증축 공사비 차입금 이자 등 12억7000여만원을 영훈초·중학교 예산으로 처리하고 법인 예산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있다. 김 이사장은 영훈국제중 교사를 영훈고에 재직한 것으로 속여 1억900여만원의 명예퇴직 수당 등을 받게 한 혐의(사기)까지 받고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월 20일 학교법인 영훈학원에 대한 감사를 마친 뒤 김 이사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이사장은 검찰 고발 당시부터 영훈국제중 입시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돼 왔다.

2009년과 2010년 영훈국제중 추가 합격자 선발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서 9000만원을 받고 입학 편의를 봐준 혐의(배임수재)로 지난달 31일 구속된 영훈국제중 임모(54) 행정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받은 돈은 전부 교감을 거쳐 김 이사장에게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일 오전 10시20분쯤 앰뷸런스 차량을 타고 법원 청사에 나타났다. 그는 이동용 병상에 누워 링거를 꽂고 마스크를 한 채 담요를 덮고 있었다. 의료진과 학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장실질심사장으로 이동하면서 김 이사장은 눈을 뜨지 않았다. “성적 조작을 지시했느냐” “학부모에게 돈 받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201호 법정에서 1시간여 동안 열렸다. 김 이사장은 법정에서는 간이침대에서 내려 휠체어로 옮겨 타고 실질심사를 받았다. 김 이사장의 변호인은 “김 이사장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들은 김 이사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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