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자체 정착 위해 국가와 갑을관계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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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자주적·자립적 운영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역특성을 고려한 자치행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은 조성됐으나 중앙과 지방간 권한 배분의 불평등, 재정분권 미비 등으로 지방의 중앙 의존도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 된 이후 올해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1.1%로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지자체는 전체 244개 중 90.2%인 220개에 달했는데 그 중 79개 군은 30% 미만이었으며 10% 미만인 곳도 12개 군이나 된다. 광역지자체 중에는 서울특별시가 87.7%로 가장 높았고 인천이 64.6%였으며, 전남은 16.3%로 가장 낮았고, 전북(19.1%), 충남(29.4%, 17개 광역단체 중 11위) 등이 낮은 축에 속했다. 기초지자체 중에는 서울 강남구가 75.9%로 가장 높고 전남 강진군이 7.3%로 가장 낮았다. 아산은 48.6%로 전국 29위를, 천안은 46.6%로 34위를 차지했다.

 

하채수 선문대 아산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

중앙집권적 지방행정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사무 이양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분권은 지방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로 인해 지방자치는 원래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 대선과 총선을 통해 표출된 복지 포퓰리즘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0~5세까지의 무상교육, 초·중학교에는 무상급식, 대학 반값 등록금, 노인대상 기초연금 등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은 인구층에게 ‘풀코스 복지’가 쏟아짐으로 인해 재정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조세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방소비세 비중확대, 지방소득세 독립세화, 신세원 발굴 등으로 지방세수의 기반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주민의 입장에서도 주민자치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자치문화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자치행정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권한 이양이나 행정적 분권 등에 관한 많은 검토가 있긴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이해부족,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 덜 성숙한 민도 등의 이유로 지방자치의 정착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려면 입법, 사법, 행정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 갑을 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를 통제, 관리하기 위한 조항으로 국가의 지도·감독 권한, 기관위임사무, 지방자치단체 기구·정원에 관한 법령 및 규정, 국가정책의 일방적 추진, 도시·주택 계획에서의 승인권 등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정책을 계획, 집행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개별 법률 개정을 통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즉 지방정부의 정책 수립 및 실행에 있어 계획, 집행, 환류의 3요소를 갖춰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생관계라는 관점에서의 대안 제시 및 실천이 중요하다.

하채수 선문대 아산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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