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북한에 더 나은 길 열려 있다" 비핵화 조건부로 관계 정상화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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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과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1일 오전 양자회담을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화=뉴시스]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한국·미국·일본의 외교장관이 1일 회동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입장을 정리했다. “북한이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또 다른 길이 열려 있다”는 게 3국 장관의 결론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오후 3시40분부터 40분간 회동한 뒤 북한의 변화를 위해선 유엔 안보리 제재안 이행과 북한에 대한 압박이 이뤄져야 함을 전제로 이런 입장을 밝혔다.

 특히 케리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앞에 더 나은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조건부 북·미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로 인해 이 지역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점, 그리고 남북·북중·북미, 그리고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도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조치와 이를 뒤따르는 일련의 회담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면서다.

 케리 장관은 북한에 대해 핵 폐기를 약속했던 9·19 공동 선언 이행 촉구와 검증 가능하고 구체적인 비핵화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포함한 4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며 “중국도 비핵화 정책에 대해서 확고한 절차를 밟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윤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결과에 대해 설명했고 케리 장관은 방중 결과에 대해 축하와 함께 높은 평가를 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한·미·일 회담에 이어 일본 기시다 외상과 25분간 정부 출범 후 첫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윤 장관은 ‘역사는 혼’이라는 역사학자의 말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시다 외상은 “과거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기존의 인식은 아베 내각도 동일하다”며 “역사인식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갖고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4월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취소된 후 일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이날 중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오찬을 통해 일본과 접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브루나이=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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