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동산대책 햇볕에서 멀어도 너무 먼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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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아파트 값이 거의 반토막 난 상황인 데도 문의 전화조차 별로 없어요. 말 그대로 거래 절벽이죠. 대체 집값이 얼마나 더 빠져야 매수세가 살아날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집값을 논할 수준도 못 됩니다.”(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L공인 관계자)

주말인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은 곧 비가 내릴 것처럼 어둡고 흐렸다. 최근의 부동산시장을 대변하듯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문이 굳게 잠긴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거리 곳곳에 눈에 띄었고, 영업을 하는 곳에서도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거래장부를 펼쳐 보며 긴 한숨을 내쉬는 중개업자들의 모습이 주를 이뤘다.

한때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 경기도 분당·평촌과 함께 ‘버블세븐’에 포함됐던 용인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 아파트 적체 현상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미분양 물량 털기 나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용인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6191가구로, 수도권 전체 미분양 물량의 20%에 육박한다. 용인 미분양 가운데 분양에 실패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3748가구에 달하고 대부분 85㎡(이하 전용면적) 초과 중대형이다. 특히 대형 평수가 몰린 수지구 성복동 지역에 미분양 단지가 많았다.

성복동 S공인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입주를 시작한 성복자이와 성복 힐스테이트의 절반 정도가 미분양 물량”이라며 “그 중에서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50평대(165~198㎡) 이상의 중대형 위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 초기 3.3㎡당 1400만~1500만원 정도에서 지금은 1200만원대로 떨어졌지만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지역 내 비슷한 평수의 기존 아파트가 3.3㎡당 800만원 정도인데 누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4·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성복동 일대의 미분양 상당수가 85㎡·6억원 초과 아파트여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이 지역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양도세 감면 요건을 하루 빨리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분위기가 이렇자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고육지책을 내놨다. 최근 용인 성복자이 1·2차와 성복 힐스테이트 1·2·3차가 ‘스마트 리빙제’를 도입한 것이 그 일환이다.

이는 분양가의 20%만 내고 등기를 거쳐 입주한 뒤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약자가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최종 계약 때 15%가 할인된 분양가의 나머지를 2년 안에 치르면 된다. 만약 분양 받기를 원치 않으면 분양업체가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환매를 거쳐 계약자에게 돈을 되돌려준다. 일종의 ‘환매조건부 분양’ 전략인 셈이다.

집값 반등 힘들어…중대형 희소가치에 대한 기대감도

하지만 이마저도 반응이 시원찮은 모습이다. 성복동 J공인 관계자는 “워낙 매매가 안되니 궁여지책으로 이런 마케팅 전략도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요즘 같아선 건설사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아파트도 거래가 뚝 끊겼다. 성복동 K공인 관계자는 “4·1 대책 발표가 나왔을 때 중소형 급매물 위주로 잠깐 거래가 됐었는데, 6월 들어선 거래 건수가 아예 없다”며 “사람들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인식하는 건지 대형 평수를 사면 죽을 때까지 못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실제 성복동 LG빌리지 3차 164㎡형은 2007년 9억원에 근접한 가격에 팔렸지만, 지금은 4억5000만~7000만원대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파트 값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반면 전셋값은 조금씩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4.26% 올랐다. 성복동의 다른 K공인 관계자는 “이곳 중대형 아파트가 평당 800만~900만원 정도로 인근 지역보다 가격이 싸다 보니 전셋값이 오르곤 있지만, 매매가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 지역 아파트 값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없는 데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중소형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2016년에 신분당선 연장선 성복역이 개통 예정이라고 해도 수요자 입장에서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에선 다소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성복동 A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앞으로 주택 공급량을 줄인다고 하니 머지않아 중대형 평수의 희소가치가 높아져 거래가 늘고 집값도 오르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 22일 경기도 용인 성복동 인근 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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