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드」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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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멜빈·래어드」미국 국방장관의 30일 발언은 주목할만하다. 그는 월남국민이 민의로 공산당과의 연정을 택하면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연정은 정치적으로 두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합법적인 분할의 수단으로 사실은 내란의 계속을 위장한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전국토를 통치하기위한「중용적」연립정부이다.
첫번째의 경우는 「라오스」에서 볼 수 있다. 「라오스」는 연정에 참여한 각 계열이 각기 자기네 군대를 가지고 각기 자기네 지역을 다스리는 형태로 끝이났다. 이때에 「중앙정부」는 속된말로 「바지저고리」격이다. 조금도 국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각 계열은 오로지 자기계열의 이익에만 눈을 부릅뜬다. 그러나「라오스」는 월남의 현실처럼 어디가 영토인지 모르게 흩어져 있는 지점들을 지배한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히 금줄이 그어진 영토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레어드」장관의 발언은 물론 「라오스」와 같은 「케이스」를 암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민족자결이라는 말을 인상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파리」회담에 미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선 어떤「메터퍼」(함축성)마저 엿보인다.
「키신저」(닉슨대통령특별보좌관)는 『연립정부가 새로운 정치발전을 가능케하는 「타협책」을 뜻한다는 생각은 월남생활에 선거의 타당성이 없다』고 이미 단언한 적이 있었다(1월호「포린·어페어즈」). 지난 25년 동안 서로 죽이고 배반해온 당사자들이 비록「민의」의 요구일망정 한조직 속에서 같이 일하며 전국을 다스린다는 생각은 동화에 불과하다.
그뿐이 아니다. 「사이공」에 있는 비공산정부가 「사이공」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지휘 계통을 세운다는 생각도 전혀 현실성이없다. 「키신저」는 다시 말한다. 『그런 정부(연립)가 가질수 있는 권한이란 기껏해야 각장관이 개인적인 연고와 당의 충성심을 통해 자기가 지배할수있는 세력에대해 발휘하는 정도에 지나지않을것』이라고.
결국은 월남의 총성은 사라질 날이 없는 연정에 머무르기 쉽다. 「파리」협상은 보다 침착하고 차근차근하게 모든 문제를 「터치」해야 할 것이다. 월남문제가 미국의 선거공약으로 후닥닥 처리되려는 것은 세계사에 또하나의 응달을 남겨 놓을지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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