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샤라포바 … 윔블던서 미끄러진 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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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윔블던 챔피언 로저 페더러가 27일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르게이 스타콥스키에게 1-3으로 패한 뒤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윔블던(영국) AP=뉴시스]
마리야 샤라포바가 2회전에서 미셸 라체르 데 브리토에게 0-2로 져 탈락했다. [윔블던 AP=뉴시스]

잔디코트의 저주가 강호들을 삼켰다. 올해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짐을 쌌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2·스위스·세계랭킹 3위)는 27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에서 열린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르게이 스타콥스키(27·우크라이나·116위)에게 1-3으로 졌다. 지난해 우승자 페더러는 윔블던 8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려고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프랑스오픈 8회 우승자 라파엘 나달(27·스페인·5위)은 1회전에서 탈락했다. 나달이 메이저대회 1회전에서 탈락한 것은 처음이다.

 여자단식도 이변이 속출했다. ‘러시안 뷰티’ 마리야 샤라포바(26·러시아·3위)가 2회전에서 미셸 라체르 데 브리토(20·포르투갈·131위)에게 0-2로 졌다. 빅토리아 아자렌카(24·벨라루스·2위)는 1회전 경기 도중 넘어져 오른쪽 무릎 부상을 입고, 결국 기권했다.

 우승후보의 조기 탈락은 ‘잔디코트’ 때문이다. 샤라포바는 경기 도중 몇 차례나 미끄러졌다. 경기 후 “변명은 아니지만 잔디코트에서 경기하면서 세 번이나 미끄러진 적은 처음”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아자렌카는 “기권하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코트 상태가 최악이었다”고 강조했다.

 윔블던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천연 잔디코트에서 열린다. 한 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65개)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57개)에서 잔디코트 대회는 남녀 합쳐서 10개뿐이다. 천연 잔디코트는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US오픈과 호주오픈도 잔디코트였지만 하드코트로 바뀌었다. 한국에는 아직 천연 잔디코트가 없다.

 유진선 SBS ESPN 해설위원은 “잔디코트는 미끄럽기 때문에 좌우로 뛰어다니는 게 힘들다. 서브는 각이 심하게 꺾이고, 불규칙 바운드도 많이 발생한다. 또 예상보다 공이 낮게 날아와 선수들이 애를 먹는다”며 “톱 랭커라도 잔디코트에선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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