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MLB 올스타전이 끝난 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별들의 전쟁'이 끝났다.

축포를 쏘아올리며 웃고 떠들던 신나는 하루가 지나간 것이다. 크고 두꺼운 책을 뒤적여야 찾아냈던 이름의 주인공들의 시구도 지켜봤고, 얼마전 타계한 '마지막 4할타자'의 의미도 다시 한번 느꼈다. 녹색잔디위에 새겨진 '9번'은 한 동안 쉽게 잊혀지지 않는 숫자가 될 것이다.

3시간 29분동안의 큰 축제를 벌인 이튿날, 메이저리그는 하루동안 달콤한 휴식에 들어갔다. 모든 것은 완벽해 보였다. 경기는 끝났고 선수들은 어제의 일을 잊고 다시금 피말리는 정규시즌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있다. 축제의 마무리, MVP가 없는 경기, 승-패로 나뉘지 않은 결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성난 목소리 그들은 41년만의 무승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메리칸리그의 9명의 투수, 내셔널리그 10명의 투수, 이제 더이상 나올 선수가 없었다는 얘기는 자세히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올스타전은 축제라고, 함께 즐기고 모든 슈퍼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어울리는 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테드 윌리엄스 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MVP가 나오지 못한 것, 승부가 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배리 본즈의 홈런을 걷어올린 토리 헌터의 수비, 헌터에게 장난을 거는 본즈의 모습과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직구만 던지겠다. 쳐봐라"라고 말한 커트 실링의 이벤트성 말들은 올스타전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10년만의 연장전을 지켜봤고 41년만의 무승부가 기록된 역사를 함께했다.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밥 브렌리·조 토리감독과 함께 경기중단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은 수십년이 지나도 매년 올스타전때면 흐린 화면으로 방송될 것이다.

결과론으로 보면 김병현이 역전을 허용한 것이나 롭 넨이 리드를 지켜주지 못한것도 모두 무승부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말이다. 헌터가 잡아낸 본즈의 홈런타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를 중단한일이 불가피한 일이였다면 시간의 흐름속에 묻혀질 것이고 잘못된 일이라면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2002년 7월 10일(한국시간) 우리는 축제를 즐겼고 야구사에 기록될 역사를 지켜봤다.

Joins 유효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