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조난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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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월13일이후 실종했던 설악산등반대원들의 행방을 찾고있던 민·군·경합동수색반은 본격적인 시체발굴작업에 들어간지 만4일만인 3일하오 드디어 조난자 10명의 시체발굴작업을 모두 끝마쳤다.
이는 수색활동의 첫 착수부터는 무려 18일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동안 혹한과 눈보라속에서 힘든 작업을진행, 끝내 유해를 발굴해 낸 합동수색반의 노고에 감사한다. 다만 혹시나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루의 희망속에 진행된 구조활동이 10명의 유위한 산악인의 죽음의 확인으로 끝나게 된것은 무한한 슬픔이라 아니할수없으며, 온국민은 그들의 명복을 빌기위해 경건한 기도를 드리자는 우리의 제의에 모두 동조할 것으로 믿는다.
이번 참사는 한국등산사상 처음보는 대규모의 희생자를 낸 점에서 앞으로의 산악활동에 대한 경종을 울린 셈이다. 물론, 『그저 산이 저기있기에 등산한다』했고, 또 『위험이 따르기에 모험을 즐기는』 등산운동이 이번과 같은 조난사고로 줄어들이는 없고 또 위축되어서도 안될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의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 이들이 이루지 못한 「히말라야」정복의 꿈만은 꼭 이루어져야하며 이것만이 희생자들의 유지를 영원히 살리는 길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산에서 살고, 산에서 죽기를 원한 산악인의 죽음은 그들을 위해서는 본래의 소망을 이룬것이라고 할지 모르나, 온 국민에게 끼친 심려는 무한히 컸던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현지주민들과 가족들이며 군·경에게 끼친노고는 이루다 헤아리기조차 어려울것 같다. 이미 유명을 달리한 그들을 채찍질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한국등산운동의 발전을 기하기위한 반성의 계기를 삼기 위해 우리는 이번 사고가 던져준 문제점을 되돌아 보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첫째로, 살아있는 마물인 눈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점을 들지 않을수 없다. 50년래의 대폭설을 맞아 예기할수 있었던 눈사태를 그들이 너무나 경시했던 것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것 같다. 행여나 있을지도 모를 눈사태를 피하기 위한 예방조처로 눈사태의 위험이 없는 곳에 「캠핑·사이트」를 잡았던들 이러한 희생은 예방될수 있지 않았던가도 생각된다. 자신들의 실력을 너무나 과신하고 경험칙을 따랐기 때문에 이러한 춘사가 빚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앞선다는 것이다. 산과 눈,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이야 말로 산악인들의 필수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로, 본부 「캠프」속에는 마시다 남은 술이 있었다고 한다. 등산중에 술을 마시는 것은 금지되고 있으나, 체온을 유지하고 피로를 회복하기 위하여 취침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어느정도의 관례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있어 술을 마신뒤 깊이 잠들어 있었으리라고보여지는 본부대장조가 술을 마시지 않고 깨어 있었다면 적어도 몇사람쯤의 탈출을 지시할수 있었지 않았나하는아쉬움도없지않은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상에 지나지않으며 그러한지시를했더라도 이번춘사를 막지는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의 등산 「리더」들로서는 취침전음주도 삼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세째로, 구조활동에 있어서도 많은 잡음을 일으켜 시체발굴이 지연된 것은 무어라 변명할 여지가 없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악회와 산악연맹간의 알력때문에 구조반을 일시 철수한 실수를 저질렀던 것은 국민의 분노를 살만한 처사라고 하겠다. 현지민과 군·경당국자의 적극적인 활동이 아니었던들 해빙기까지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를 사태를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겸허하고 협동심이 강해야 할 산악인들의 불화를 규탄하지 않을수 없다.
관계산악회와 등산인들은 이번 사고를 거울삼사 보다 겸허하고, 보다 협조하여 그들의 못다 편 유지를 실천해주기를 바라며 「히말라야」를 그리며 설악에서 숨져간 10명의 젊은 산악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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