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특구' 용인시 30번째 건설 퇴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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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용인시는 전국에서 가장 골프장이 많은 도시다. 현재 28곳이 시내 곳곳에서 영업 중이고, 또 한 곳이 건설 중이다. ‘골프 8학군’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용인에 30번째 골프장을 건립하려던 민간업체의 계획이 용인시에 의해 반려됐다. 용인시가 스스로 신규 골프장 건립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23일 용인시에 따르면 ㈜한서울은 지난 13일 처인구 원삼면 학일리 일대 155만㎡ 부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등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골프장과 함께 숙박시설 및 오토캠핑장, 썰매장 등이 포함된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는 열흘간의 검토 끝에 이를 반려했다.

 용인시 김현주 관광정책팀장은 “이미 조성된 골프장 주변으로 유사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데다 29개 골프장이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골프장 건립은 무리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의 건립허가가 났지만 공사를 시작조차 안 한 골프장도 여러 곳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 상황에서 용인에 더 이상의 골프장은 노 생큐(No Thank You)란 의미다. 또 신청이 반려된 학일리 일대는 보존 산지와 농림지역이어서 골프장을 지으려면 도시시설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골프장을 새로 지을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골프 업계 관계자들은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환영을 받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말한다. 골프 붐이 한풀 꺾이면서 예전만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2000년대 초·중반 앞다퉈 골프장 건설을 허가해줘 단기간에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수는 회원제 227곳, 대중골프장 210곳에 이른다. 협회 관계자는 “골프장 1곳당 연간 내장객이 10만 명은 돼야 현상유지가 가능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골프장 1곳당 이용객 수는 6만5458명이다.

 그렇다 보니 적자 골프장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달 회원제 골프장 129곳을 조사한 결과 46.5%(60곳)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봤다. 이는 2011년보다 18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비교적 영업 상황이 좋다고 알려진 퍼블릭 골프장 역시 지난해 골프장 수가 급증(24곳)하며 홀당 이용객이 4.4%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골프장도 20여 곳이 넘는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골프클럽큐는 대규모 차입금과 저조한 회원권 분양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다 개장 2년 만인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현재 공개 매각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포천의 가산노블리제CC는 2011년 말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를 체납해 시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골프장의 경영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2008년 이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일으켜 건설된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부도가 났거나 현재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며 “연대보증이나 공사대금이 묶인 건설사들까지 발목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의 악전고투는 아웃도어 레저 문화에 대한 트렌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만큼 골프를 즐기지 않고 중장년 층이 선택할 수 있는 여가생활의 폭이 오토캠핑과 자전거 등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넓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용인=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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