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편안하고 선 아름다워서 … 청바지 패션 대세는 프리미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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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데님’ 박은경 대표

“‘프리미엄’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건 사람의 기술입니다. 숙련된 기술자들과 얼마나 끈끈한 신뢰 관계를 만들었느냐가 결국 의류 사업 성패를 가르지요.” 미국 청바지 브랜드 ‘레이븐데님’ ‘씨위진’ 의 박은경(52·미국명 크리스 박) 대표는 줄곧 ‘신뢰’를 강조했다. 1982년 미국 LA로 이민한 박 대표는 87년 하청 공장을 차려 청바지를 만들기 시작했고, 2008년 경영난에 빠진 고가(高價) 청바지 브랜드 ‘레이븐데님’과 ‘씨위진’을 인수했다. 현재 두 브랜드 청바지는 전 세계 33개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신디 크로퍼드·나오미 와츠·시에나 밀러 등 유명 배우들이 입는 청바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 점검을 위해 방한한 박 대표를 만나 그의 사업 철학과 앞으로의 포부 등을 물었다.

-‘프리미엄’ 청바지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1993, 94년께 미국의 의류 공장들이 인건비가 싼 멕시코 등으로 이전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저가 청바지의 주문은 모두 단가가 싼 그쪽으로 몰려갔다.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을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로 키우기 위해 교육을 강화했다. 일반 청바지 공장에선 한 직원이 한 가지 공정의 일밖에 못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이란 게 한 가지 스타일의 제품을 다량 생산하는 게 아니다. 모델별로 많아야 300~400장씩 만든다. 그래서 직원 한 명이 청바지 만드는 전 공정을 다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런 기술을 갖추고 나니 우리 공장은 미국에서 꼭 필요한 곳이 됐다. 트루릴리전·얼진·세븐진 등 고가 브랜드에서 우리 공장에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훈련시킨 기술자들이 이직해버리면 낭패일 텐데.

“우리 회사 직원 수가 120명 정도인데, 그중 상당수가 20년 가까이 일한 장기근속 직원이다. 직원들과 가족 같은 관계여서 이직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우리 직원들은 부부싸움이 벌어졌을 때 나를 부른다. 처음엔 부부싸움을 해서 경찰서로 끌려간 직원들이 꽤 있었다. 회사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 가서 벌금을 내고 해결을 해줬다. 벌금이 5000달러 정도 됐다. 회사에서 일단 빌려주고 갚도록 했다. 그러면서 ‘돈 아깝지 않느냐. 앞으론 경찰 부르지 말고 나를 불러라’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 직원 80% 정도가 히스패닉이어서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내가 스페인어를 배워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프리미엄 청바지 시장에 대한 전망은.

“계속 필요한 시장이고, 발전할 시장이다. 프리미엄 청바지는 이름만 ‘프리미엄’인 게 아니라 품질이 월등히 좋다. 우선 원단의 질 차이가 크다. 우리 회사에선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하는 데 복원력이 98%에 달하는 천이다. 몸의 선을 아름답게 살려주면서 편안한 바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프리미엄 청바지 시장과 일반 시장이 별 차이가 없다.”

-청바지 사업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사업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 그러려면 기부 활동이 필수다. 사업 운영의 원칙을 ‘5 2 2 1’이라는 공식으로 정리해봤다. 사업 이윤의 ‘5’를 재투자하고, 주주와 직원들에게 각각 ‘2’씩 주고, ‘1’은 기부하자는 것이다. 기부는 남을 돕는 일일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판매자·소비자에게 자부심을 심어줌으로써 마케팅 효과도 거두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기부 활동은 지난해 설립한 비영리재단 ‘R1’을 통해 시작했다. 자선단체들을 돕는 재단이다. 현재 ‘R1’의 사업엔 할리우드 배우 메건 폭스와 그의 남편 브라이언 오스틴 그린도 동참하고 있다. 그들이 ‘레이븐데님’과 컬래버레이션(협업)으로 기획해 제작한 청바지의 판매 수익금 70%를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더 많은 유명인사들과 연계, 기부 활동을 벌이려고 한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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