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이 잠수해서 해양 탐사 … 꼴찌서 A등급 된 수산자원관리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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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양태선 이사장이 지난해 5월 백령도 해역에 조성 된 바다숲 확인을 위해 잠수에 나섰을 때 모습.

양태선(59)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은 바닷속 45m까지 잠수한다. 해양 레저 목적이 아니다. 수산자원 현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동해·남해·서해를 한 번씩 모두 세 차례 들어갔다. 올해도 지난달 울릉도 주변 바닷속에 들어가 수산 자원을 살펴봤다. 일반인이 깊어야 4~5m 잠수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양 이사장의 스쿠버 실력은 프로급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그는 수산자원관리 업무를 맡기 전에는 이렇게 깊게 잠수를 해본 적이 없다.

 그를 프로급 잠수부로 만든 계기는 지난해 6월 최하위 기관을 판정받은 201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였다. 이때부터 그는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 해조류와 어류의 생태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양 이사장은 “수산자원 관리 업무의 대부분이 바닷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관장도 직접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201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빛을 발했다. 2011년 최하위 E 등급을 받았던 기관 평가는 A 등급으로 수직 상승했다. 기관장 평가는 D에서 B로 껑충 뛰어올랐다. 평가를 총괄한 최종원 서울대 교수는 “경영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도 최선의 노력을 하면 얼마든지 경영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의 변신은 방만경영이 만연돼 있는 공공기관도 기관장의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단합을 통해 얼마든지 환골탈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산자원관리공단 직원들의 의욕은 2011년 1월 출범 초기만 해도 저하돼 있었다. 수산자원의 친환경적 보호·육성을 위해 정부가 국립수산과학원의 관련 분야를 독립시키면서 국가공무원인 연구사들의 신분이 하루아침에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하위권으로 나타난 경영평가 결과는 큰 자극제가 됐다.

 양 이사장은 “나를 비롯해 91명의 전 직원은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와신상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수세계박람회에서는 이동식 바다숲 전시관을 개발해 관람자들에게 수산자원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관장이 직접 바닷속에 뛰어드는 솔선수범을 보이자 연구사들의 연구도 활발해져 서해에서는 빛이 적은데도 2m까지 자라는 해조류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감한 인사 혁신도 이뤄졌다. 성과를 기준으로 승진하는 ‘승진 포인트 인사제도’가 도입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과연봉제로 연결됐다. 공공기관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그러지 않는 사람이나 월급이 똑같이 나오는 편한 곳이라는 안일한 정서가 뿌리 내릴 수 없는 조직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이 결과 수산자원관리공단은 국민평가·정부권장정책·업무효율·계량관리, 바다숲 조성사업, 바다목장 같은 주요 사업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황재윤 공단 기획조정실장은 “ 기관장이 조직 운영의 목적에 맞춰 솔선수범하자 전 직원이 공감하면서 1년 만에 새로운 조직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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