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여로 38만킬로|미 아폴로8 우주인의 수기(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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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거기에는 흑과 백의 세계였다. 빛깔은 전연 없었다. 우리가 바라본 전 우주가운데서 빛깔이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지구뿐이었다. 거기에는 연보라 빛 바다, 노란색과 갈색의 대륙, 흰구름을 볼 수 있었다. 지구는 달의 4배나 되는 하나의 천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모든 희망과, 모든 생명과, 「아폴로」8호의 승무원이 알고 있고, 사랑하고있는 모든 것이 있었다.
그것은 전 우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갖고있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아마 그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한 것처럼 지구를 떠나 다시 돌아온다는 기회가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달 주위에서 우리는 여태까지 온 적이 없는 장소에 도착한 보통의 여행자처럼 행동했다. 흥분하여 발이 멈칫했다. 시간을 잊었다. 처음으로 달을 도는 궤도에 들어갔을 때에 입에서 나온 맡은『오, 저것을 보라』였고『오, 이것 좀 보라』였고『여기에는 뭐가 있을까』였다

<시간 잊고 흥분도>
과학적 관찰을 하는 동안 무슨 예기치 않은 것이 발견되기를 계속 기대했다. 그것은 아마 마지막 숨, 마지막 하품을 뿜고 있는 분명히 사실인 것이 틀림없는「크레이터」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달은 공허했다. 달은 극히 오랜 시간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달을 침식하는 힘은, 창조된 모든 날카로움을 둥글게 깎아 놓았었다.·
마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 같았다. 불과 백킬로 정도만 접근하여 실제로 거기에 내린다면 그 성립의 비밀의 얼마를 풀 기회를 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달의 표면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손짓을 하는 듯했다.
그것은 나의 세 번째의 우주여행이었다.「제미니」7호, 12호, 그리고 이제「아폴로」8호를 타고 북「아프리카」의 해안을 궤도상에서 2백66회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은 결코 싫증나지 앉았나.

<달표면에 가까이>
그러나 이번엔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단순히 그 위를 활모양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구로부터 하나의 특별한 길, 원지점이 달 건너에 있는 하나의 거대한 궤도를 따라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다. 궤도의 원지점 위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을 터이다.
「제미니」7호의 2주간의 비행, 「제미니」12호의 4일간의 비행을 끝낸 뒤에도「아폴로」8호의 비행은 짧은 것으로 느껴졌다. 그 일부는 아마 우주선의 차이에 의한 것이리라. 「아폴로」는 서로 단 20, 30센티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큰 것이다. 좌석에 서 빠져나와 상당히 움직여 다닐 여유가 있다.
사실 너무 빨리 움직이고 싶은 유혹에서, 무중력상태에 몸이 충분히 익숙해지기 전에 좌석「벨트」를 끄르고 뛰어 나왔을 정도다. 이번 비행의 초기에 승무원들이 느낀 가벼운 현깃증은 우주선 속에서 자유를 지나치게 바란 때문으로 생각된다.
「제미니」우주선은 비행기의 조종석 같은 것으로 묶인 채로 날아갔다. 우리는 언제나 지구를 도는 궤도에 있었다. 거기서 상하의 감각 『날개의 수준의 감각(옳은 좌우의 감각) 』을 확실히 갖고 날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지구를 기준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하의 감각상실>
그러나 우주에는 사실상 상하는 없다.「아폴로」8호에서는 이것이 정말 확실했다. 지구는 극히 작아져 가고, 『날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잃고 있었다.「시뮬레이터」(모의장치) 에서는 언제나 위를 쳐다보고 누워 있었기 때문에「아폴로」8호의 좌석에 앉으면 언제나 누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비행의 초기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깃은 지구가 작아져 가는 광경이었다. 나는「플로리다」반도 전체와 「케이프케네디」를 볼 수가 있었다. 거기는 전에도 본 적이 있는 곳이다. 하나 이번에는 미국 동해안의 전부, 「카리브」해, 「아프리카」의 서해안까지가 시계에 들어왔다. 나는 남미의 거의 전부와 남극까지도 볼 수가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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