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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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존슨」미대통령은 그의 마지막 연두교서를 직접 상·하원 합동회의에 나와서 전달하였다. 이달이면 이임하는 대통령으로서는 전혀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교체라 하더라도 역시 백악관을 떠나는 사람과 새로 들어오는 사람사이에는 다소의 마찰이 있게 마련이다. 2차대전후에만 하더라도 「트루만」과「아이젠하워」때 그랬다.「아이젠하워」와「케네디」때에도 그랬던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또 가족끼리의 감정적인 미묘한 엇갈림까지도 겹쳐진다. 그래서 신대통령의 취임식에 구 대통령이나 가족들은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떠나는 대통령이 마지막 해의 연두교서를 국회에 나와서 직접 전달하지 않는 관례도 이런데 까닭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관례를 이번에「존슨」대통령이 깨뜨린 것은「닉슨」이 취임해도 국회만은 민주당의 것이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는 삼권분립제가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법률의 제안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교서의 형식으로 대통령은『필요한 양책이라고 판단하는 시책에 관하여 의회에 대해서 심의를 권고』한다.
그러니까 교서는 반드시 구두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워싱턴」과「애덤즈」대통령은 직접 국회에 나와서「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제퍼슨」은 서면만을 전했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메시지」를 읽는 관례는「윌슨」과「F·D·루스벨트」에 의해서 다시 부활되고 이제는 으례 구두로 직접 전달되고 또 그 광경이 전국적으로「텔리비젼」이나「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연중행사처럼 되어버렸다.
교서에는 일반교서, 경제교서, 예산교서 외에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발송되는 특별교서가 있다. 이들을 통해서 미대통령은 의회의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요구가 거부되는 수는 매우 많다.
「존슨」은 이번에 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닉슨」의 개인적인 승인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 재정연도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를「닉슨」도 수정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그렇지만 역시「존슨」이 관례를 깨뜨린 데는「텍사스」사나이의 기질이 작용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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