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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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근대화」란 바람이 분 다음부터는 우리네 토착적인 발상법에도 더욱더 많은 변화가 생 겼다.
그 통에 없어진 아까운 미풍도 적지 않다.
덕담이란게 그중의 하나다. 예전에는 정초면 서로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다. 아들이 없는 사람에게는 『득남하셨다면서?』하고 인사를 한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새집을 지었다면서?』하는 인사를 던진다.
이런 덕담을 나누는 가운데는 축원의 뜻과 아울러서 노력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 그러니까 덕담을 듣지 못하게된 것은 아무리 바란다고 해도 안되는 것은 필경 안되기 마련이라는 체념에 젖게된 때문인지.
그러면서도 토정비결만은 여전히 유행되고 있는 것은 좀 기이한 생각이 든다. 토정비결은 맞는 것도 같고 안 맞는 것도 같은데 묘미가 있는 모양이다.
여름엔 물가에 가지 말라, 목성을 조심하라, 귀인을 언젠가 만나게 되리라…. 모두 그럴듯한 말들뿐이다.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의 기억력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1연후엔 잊어버리고 만다.
토정비결은 또 하나 1년 신수는 정해져있으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일은 저절로 된다는 암시를 준다는데 구미가 돋구어진다.
원래가 우리네는 그처럼 철저한 숙명론자들은 아니었다. 수상이나 관상도 성격과 능력 또는 적성판단에 입각해서 그 사람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가를 가늠해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입자란 그 사람의 노력에 적지 앓게 달려있다고 보는게 사실이다.
안되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 된다는 좌절감은 개인의 운명이 그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벌어진다는 느낌과 겹쳐진다.
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아르헨티나」학생들인 백18명의 승객을 태운 「페루」민간항공기가 「마이애미」로 가는 도중에 지난 11일 또 「쿠바」로 납치되었다.
이것은 금년 들어 벌써 네 번째의 일이며 그동안에 「쿠바」에 강제 착륙된 승객수는 4백명이 넘는다한다. 이들은 모두 부원「쿠바」에서 풀려 나오게 될 것이다. 「카스트로」는 외화획득의 한 방편으로 강제착륙하게 되는 비행기 당 2천5백「달러」씩 징수하는 데만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그 통에 무시당하는 개개인의 의지는? 어쩌면 온 세계가 다 토정비결을 필요로 하게된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지만경행복해래 라고 나와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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