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무사회장 선거 "3선 된다" "안 돼"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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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800여 명의 세무사들을 대표하는 한국세무사회가 내홍에 빠졌다. 18일 시작되는 제28대 회장 선거 때문이다.

 현 정구정(58) 회장이 재출마를 선언한 게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정 회장은 2003~2005년(23대), 2011~2013년(27대) 회장을 역임했다. 세무사회 회칙 23조 6항은 ‘회장은 1차에 한해 중임(重任)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정 회장의 출마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연속해서 회장직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이사회를 소집해 “회칙의 의미는 연속해서 회장 직을 맡는 것을 한 차례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결의하고 또 출사표를 던졌다.

 결국 반대파가 들고 일어났다. 홍모(77) 세무사가 지난 3월 법원에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 강형주)는 “해당 회칙은 일반적으론 평생 두 번만 회장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도 “협회 정관은 법률과 달리 집단 내부 해석에 따르는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세무사회 회장은 연간 12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주무르고 판공비성 경비만 2억6000만원을 쓸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전임 회장 가운데 국회의원을 네 명이나 배출한 영향력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세무사회처럼 대형 단체의 선거를 둘러싸고 자주 갈등을 빚는 것은 관련 규정이 애매하고, 내부 감시가 소홀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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