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법' 68억,'미스터 고' 55억 충무로에 중국 자본 밀려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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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에서 주연한 펑위옌(왼쪽)과 바이바이허. 오기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내에서는 20일 개봉한다.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한·중 영화합작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자본의 충무로 유입이 눈에 띈다. CJ엔터테인먼트는 17일 “중국의 국영배급사인 차이나필름 그룹과 중국의 민간 제작투자사인 페가수스&타이허 엔터테인먼트가 SF 대작영화 ‘권법’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차이나필름 그룹은 ‘권법’ 제작비(226억원)의 30%인 68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한국영화 투자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앞서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화이브라더스는 다음달 17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 제작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권법’은 배우 조인성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지금까지 투자에 난항을 겪어왔다. 중국 측의 참여가 확정됨에 따라 9월경 촬영에 들어가 2015년 개봉할 예정이다. CJ 엔터테인먼트 이창현 팀장은 “차이나필름 그룹이 공동투자와 제작, 배급을 맡는 만큼 중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스터 고’도 중국에서만 5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상태다.

 영화계의 한중 합작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비천무’(2000) ‘무사’(2001)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국영화의 중국 로케이션 정도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배우·감독 교류, 공동 제작·배급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안병기 감독이 지난해 연출한 공포영화 ‘필선(筆仙)’이 중국 현지에서 히트했고, 허진호 감독의 중국영화 ‘위험한 관계’는 칸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한국 측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만든 중국영화도 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개봉한 ‘이별계약’(오기환 감독)이 대표적이다. CJ 엔터테인먼트는 감독은 멜로에 강한 한국이, 시나리오와 배우는 중국 측이 맡게 했다. 중국적인 스토리와 연기에 한국의 연출력을 가미해 2억 위안(약 36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역대 양국 합작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이다.

 활발한 한·중 합작은 양국에 ‘윈-윈’이 되는 모양새다. 한국 측에선 매년 30%씩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공유하는 효과가 있고, 중국 측에선 부족한 영화 콘텐트를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

 김보연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연구정책부장은 “중국영화가 급성장해 한 해 평균 700편의 영화를 만들지만 콘텐트는 무협·역사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무로의 기획력을 수혈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의 스크린은 1만3000개에 이른다. 충무로로서는 거대한 중국시장에 보다 쉽게 진입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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