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해저석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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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말로 우리나라 대륙붕에도 석유와 천연「개스」가 묻혀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
그럴 때마다『있고 없고의 여부와 있더라도 얼마만큼 있느냐 하는 것은 탐사하고 시추해보기까지는 확실히 알 도리가 있겠는가.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 알려고 탐사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이런 대답을 듣는 사람들은 대개 아는 듯 수긍은 하면서도 맥빠진 표정을 짓게 마련이니 더 답답한 것은 탐사사업을 주관하고있는 본인의 마음이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아도 황량한 세계인 것이 분명한 달나라에 가려고 야단치고있는 큰나라의 예를 구태여 들것까지도 없다. 예의 해저탐사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예산은 이웃나라인 일본에 비해서도 2백분의1밖에 안 되는 소액이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의 이제까지의 탐사는 미국·시독등의 원조로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인데도 기대만은 지나치게 걸고있는 듯해서 탐사를 계속하면서도 겁이 나고 송구한 마음이 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늦게나마 금년부터 해저지하 자원탐사에 관심을 가지게됐지만 벌써 지난 여름엔 육지에서의 지질조사자료에 의하여 해저지질 모식도 (模式圖)를 발표할 수 가있었다. 서 남해 대륙붕에 석유와 천연「개스」가 매장되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제3기층이 그 모식도에 나타났다.
과연 제3기층이 있는 것이며 있으면 얼마나 두꺼운 것인가를 탐사하기 위해 미국해양연구소의 해양탐사선과 소원8명의 도움을 받아 47일간의 물리탐사결과 제3기층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대륙붕 25만평방킬로미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넓은 재3기층의 두께가 2천미터 이상이나 된다는 희망적인 「데이타」를 얻어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세계석유의 80%는 제3기층에서 나오고있고 그 제3기층의 면적이 넓고 두께가 두텁다는 것은 석유나 천연「개스」가 들어있을지 모를 그릇이 크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리 좋아하고 일을 서두르기만 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럴수록 신중히 그리고 철저히 탐사를 계속하고 싶은 것이 본인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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