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단 "이라크측 자세 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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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위원장은 9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체적 문제에 있어 이라크 측이 진지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라크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라크를 방문, 이라크 측과 이틀간의 회담을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탄저균과 미사일 개발 관련 문건을 사찰단에 제출했다"고 밝히고, "유엔 측이 요청한 U2 정찰기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오는 14일까지 대답해 줄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가 추가로 제출한 과학자 명단에는 불만을 표시하면서 "장황한 명단보다 핵심문제에 관련된 명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자회견에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은 "이라크로부터 심경의 변화가 있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갖고 바그다드를 떠난다"면서도 "이라크 측 입장에 신속하고 급격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라크의 협조는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단서를 달면서 "이제 공은 이라크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10일 인터넷판에서 바그다드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블릭스 위원장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오는 14일 유엔 안보리에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 이행 여부에 관한 2차 보고서를 제출한다.

2차 보고서가 이라크의 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경우 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과 군사력 사용 승인을 골자로 하는 2차 결의안을 즉시 안보리에 상정할 것이라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9일 밝혔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유엔 감시 하에 평화적으로 이라크를 무장해제하는 방안을 사찰단 2차 보고 직후 안보리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이 9일 말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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