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나이롱환자 꼼짝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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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용직 근로자 김모(43)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110건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일부러 그가 만들어낸 사고였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근처에서 서행하다가 신호가 바뀌는 순간 급정거하는 방법을 썼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뒤차가 김씨의 차를 추돌하면 작업은 성공이다. 김씨는 뒷목을 잡고 드러눕고는 병원에 입원했다. 대부분 경미한 접촉사고였지만 그는 이런 방법으로 1억46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정부가 김씨 같은 ‘나이롱 환자’ 줄이기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7월부터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맡기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손해보험사 14곳과 6개 공제조합이 심사를 위탁하게 된다. 국토부는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업무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제정·고시했다.

 자동차보험 사기는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사기로 적발된 사람은 2010년 5만4322명이었다가 지난해엔 6만821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꼭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치료를 받았거나 오랜 기간 입원을 한 나이롱 환자도 4664명에서 1만554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이들로 인해 새나간 돈이 443억원이었다.

 이처럼 자동차보험 사기가 증가하는 데는 보험사가 직접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하는 관행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인력이나 전직 경찰 등을 고용해 심사를 해왔지만 보험사기를 모두 적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심사 건수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보험사별로 심사 기준이 제각각인 것도 정확한 심사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산 손해보험협회 홍보팀장은 “심평원은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를 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있고 준정부기관이라 의료기관의 협조를 얻기 쉽다”며 “보험사가 개별 심사하는 것보다 과잉진료를 막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도 “도덕적 해이가 줄어들면 자동차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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