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후계자에 28세 여성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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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브릿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에 미모의 28세 여성이 후계그룹 경쟁에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2009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졸업한 뒤 버크셔해서웨이에 합류한 트레이시 브릿이다. 불과 4년 만에 브릿은 버핏의 최측근 임원으로 자리잡으며 4개 회사의 회장직까지 맡고 있다.

지난 2월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털과 함께 케첩 회사 하인즈를 23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을 때도 버핏은 3G캐피털의 재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브릿을 보냈다.

 현재 브릿의 사무실은 버핏 방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 버핏이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시내에서 회의를 할 때면 그를 태우고 직접 운전해 다니기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브릿은 매출액이 40억 달러에 이르는 4개 계열사의 회장으로 버크셔해서웨이의 임원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13명의 이사 중 여성은 세 명인데 이 중 최고의 실세로 통한다.

 그러나 워낙 젊고 다른 직장 경험도 없어 브릿에 대해 알려진 건 많지 않다. 다만 그는 사람들 간의 소통 통로 역할을 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을 어려워하는 임원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브릿을 통해 전달할 정도다. 버크셔해서웨이 85개 계열사의 사장들로 구성된 간담회를 만들어 경영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자문하도록 한 것도 브릿이었다.

 대학생 시절 브릿에게 인턴을 시켰던 85브로즈의 재닛 핸슨은 어느 날 인턴들에게 앞으로 유망해 보이는 주식 종목을 골라보라고 시켰다.

대부분의 학생이 당시 가장 잘 나가던 블랙베리 제조회사 리서치인모션(RIM)을 찍었다. 그러나 브릿은 ‘굴뚝기업’인 비누회사 유니레버와 차회사인 립튼을 낙점했다. 정보기술(IT) 회사를 멀리하는 버핏의 투자관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버크셔해서웨이 안팎에선 브릿을 한때 버핏의 후계자로 부상했던 데이비드 소콜과 비교하기도 한다. 버핏은 ‘젊은 피’였던 소콜을 끔찍이 아꼈지만 버크셔해서웨이가 인수하려 했던 루브리졸 주식을 소콜이 미리 사뒀다가 들통나는 바람에 회사를 떠난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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