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는 6년 전 그곳 … 청와대 가까운 '그랜드힐튼호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회담이 발전적으로 진행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박 대통령,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12~13일 열릴 남북 당국회담의 장소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로 잠정 결정됐다. 5명의 회담 대표단을 포함한 35명 내외의 북측 일행은 육로(경의선)로 내려와 그랜드힐튼호텔에 묵으면서 회담을 진행한다.

 그랜드힐튼호텔은 6년 전 마지막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린 장소다. 서울 중심가에서 떨어져 있어 보안과 경호가 용이하면서 청와대나 정부 서울청사 등과 가깝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으로 내려온 김기남 당시 노동당 비서가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기 전 묵었던 곳이 그랜드힐튼호텔이었다.

 당시 임태희 의원이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랜드힐튼호텔을 비밀리에 방문해 면담을 성사시켰다.

 이 호텔에 숙박하게 될 북측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대통령 면담 여부는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측 대표단이 박 대통령을 면담하느냐는 북측 대표단으로 누가 오느냐와 관련이 있다. 박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이 만나려면 북측 대표단이 우리 측 대표단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북측 대표단 명단을 통보받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 면담 여부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게 통일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11일께 북측 대표단 명단이 우리 측에 접수되면 박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는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북측 인원은 수석대표(단장)를 포함한 대표단 5명과 수행인원 5명, 기자단과 통신인원 등 지원 인력 20~25명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12일 오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남한으로 들어온다. 신분 확인을 거친 후 우리 측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갈아타고 남측 경의선 경비대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서울로 향한다. 수석대표 등 대표단에는 개별 차량이 지원되고 지원 인력은 마이크로버스 등을 이용한다.

 과거 전례로 비춰 보면 경호 등의 이유로 호텔의 한 개 층 전체를 대여한 뒤 1인1실을 배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측 수석대표는 숙소 앞에서 북한 대표단을 맞이할 예정이다.

 숙소 배정 후에는 북한 통신인원 등이 평양과의 직통 통신선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전체 대표단 회담이 시작된다. 북한 대표단의 도착시간에 따라 먼저 오찬을 하고 전체회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전체회의에서 양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 ▶6·15 및 7·4 공동성명 기념행사 ▶남북 민간교류·협력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후엔 9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급 접촉처럼 수석대표회의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은 다양한 의제가 다뤄지는 만큼 수석회담 외에 의제별 실무급 회의가 병행될 전망이다. 일단 수석대표 간 회담 등에서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다시 전체 회의가 열리고 합의서를 확정한다. 시간이 촉박한 데다 의제는 여럿인 만큼 회담은 밤샘협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