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튜닝 함부로 못하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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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직장인 김모(42)씨는 여름 휴가철에 쓰기 위해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7인승 차량을 구입했다. 실내 공간도 넓고 여행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해 대만족이었는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출입문이 자동이 아닌 수동이어서 어린 자녀들이 출입문을 열고 닫는 데 힘들어해서다. 가까운 정비소를 찾아갔더니 정비업자는 “수동문을 자동문으로 고치는 정도는 간단하다”며 김씨를 안심시켰다. 김씨가 “혹시 불법 튜닝(구조 변경)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정비업자는 “걱정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김씨는 마음 한구석에 왠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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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규정대로라면 김씨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 출입문을 수동에서 자동으로, 또는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꾸는 것은 별도의 검사나 승인이 필요 없는 ‘경미한 구조 변경’에 해당돼서다. 그러나 이르면 9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구조 변경에 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자동차 출입문 개조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자동차 구조 변경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동차 구조·장치 변경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행정예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국토부는 다음 달 말까지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들은 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에 개정안을 올릴 예정이다. 개정안이 규개위를 통과해 확정되면 9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 출입문을 수동이나 자동으로 바꾸는 행위는 경미한 구조 변경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구조 변경 전후에 안전 문제가 없는지 교통안전공단의 검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차량 후미등에 덮개를 씌우는 행위도 교통공단의 검사·승인이 의무화된다. 승인 없이 무단 변경할 때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백안선 교통공단 검사기준처장은 “출입문 구조 변경은 어린이집이나 학원 통학차량에서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구조 변경 시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칸의 일부 좌석을 제거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휘발유 차량에 LPG 연료통을 설치할 때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좌석을 떼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백 처장은 “승객칸에 LPG 연료통이 놓이면 차량 화재 시 인명사고의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배기관의 소음방지 장치를 떼는 행위와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차대나 차체를 잘라내는 행위도 금지된다. 소음방지 장치가 없으면 배기가스의 저항이 줄어 가속력이 커지는 장점은 있지만 시끄러운 엔진 소리로 주변 차량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금지된 구조 변경은 교통공단에 검사를 신청해도 승인이 나오지 않고 불법 개조로 단속 대상이 된다.

 산업계에선 자동차 구조 변경 규제 강화에 부정적이다. 교통안전도 좋지만 자동차 튜닝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해외에선 활발한데 국내에선 크지 못하는 산업의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튜닝 산업”이라며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튜닝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인데 한국은 4000억원으로 7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종=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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