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시비지심과 교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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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호 18면

입학 성적 조작, SAT 시험 부정 등 최근 교육과 관련된 부도덕한 사건들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내신이 입시에 반영된 이후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보는 풍토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잘못 배운 아이가 많다. 그 와중에 부모가 자녀를 위해(?) 입시 부정에 가담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니 도덕 관념이 흔들릴 법도 하다. 거짓말을 하고 조작을 해서라도 부모가 문제를 해결해 주면 과연 자식의 성공과 행복은 보장되는 걸까.

  임상에서 만난 40대의 A씨는 어려서 자신을 전교 회장 시키려고 어머님이 학교에서 소위 치맛바람을 일으켰던 사실, 또 담임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게 해서 성적을 끌어올렸던 부끄러운 기억들 때문에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두고두고 부끄러웠고, 학교와 선생님도 싫었고, 공부도 일도 하기 싫었다고 했다. B씨는 부모가 학교와 교수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입학한 사실 때문에 대학생활 내내 주눅이 들었던 기억을 털어놨다. A씨와 B씨는 명문대를 간신히 졸업했지만 변변한 직업을 가져 본 적 없다. 지금도 부모의 경제적 도움으로 살아간다. 노력하지 않아도 부모가 알아서 졸업장을 만들어 주고, 멋진 옷과 차와 집까지 제공해 주는데 왜 힘들게 일하고 어려운 것을 참아내겠는가.

일러스트 강일구

 도덕을 지키고,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 결국 학습과 근로의욕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아이들을 방에 두고 약속을 지키게 한 다음 아무도 보지 않는 상태에서 참으면 그만 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해 준다. 아무도 자신들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약속을 깨는 아이들과 끝까지 약속을 지키는 아이들이 둘로 나뉘었다. 숨겨진 카메라가 관찰한 후 두 그룹을 나누어 추적 조사해 보았더니 외부 시선과 상관없이 원칙을 지키고 윤리적으로 행동한 아이들의 성취 동기와 학습능력이 월등히 높았다. 당장의 쾌락은 희생하지만 장기적으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디고 성공한다는 평범한 진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악을 세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알면서 고의적으로 행하는 악행(kakia), 지나친 욕망이나 열정 때문에 자신을 조절하지 못해 벌어지는 자기 절제의 부족(akrasia), 성스러움의 반대인 짐승 같은 성정(theoriotes)이다. 아리스토텔레스식으로 말하자면 악행을 이기는 좋은 습관(ethos)을 차근차근 형성하게 해주어야 결국 아름다움과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은 원초적 본능, 즉 이드 중 특히 죽음과 폭력을 지향하는 타나토스를, 분석심리학은 무의식에 숨어 있는 악과 얽힌 콤플렉스와 자기 안의 그림자를 잘 다루어야 진정한 개성화를 이룬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악의 문제는 수천 년간의 이론적 화두이자 실천의 문제였다. 흔히 ‘시비를 가려야 한다’라고 말할 때의 시비(是非)는 사단칠정론의 사단 중 하나인 시비지심(是非之心), 즉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에서 유래한다.

 선악을 확실하게 구별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은 혐오스럽게 여기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결국 개인과 사회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필요조건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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