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중국인 골드러시 제동 … 밀입국해 금 캐던 124명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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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프리카 가나에서 불법으로 금을 채취하던 중국인 124명이 체포됐다. 이번 단속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인들의 아프리카 골드러시(gold rush)에 제동이 걸렸다.

 6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가나 무장 군인들이 최근 가나 서부 아산티 지역 쿠마시와 오부아시 등 금광 밀집 지역의 광산과 호텔 등을 수색해 불법 입국한 중국인들을 체포했다. 가나 이민국은 체포된 중국인들이 수도 아크라에 억류돼 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가나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중국인 101명을 불법 금 채취 혐의로 구속했다가 보석으로 풀어줬다.

 가나 정부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불법 채금은 2005년 시작됐다. 현재 5만여 명의 중국인이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금광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지역 중 하나인 간쑤(甘肅)성 출신이며 매년 평균 24t의 금을 채굴하고 있다. 가나의 연간 금 생산량은 98t 정도로, 아프리카에서 남아공에 이어 둘째로 많다.

 불법 채금에 종사하는 중국인이 늘면서 현지에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나 정부는 이와 관련해 중국인이 대부분 불법 입국해 일하고 있으며 무차별 개발로 하천 오염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인들이 신변 안전을 위해 현지 조직폭력배들과 연계되면서 심각한 치안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납치와 강도 사건이 매월 한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수년째 현지에서 채금을 하고 있는 레이몬드 셰는 “우리가 이곳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귀국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악화돼 신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매일 강도를 당하거나 피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 쑤전닝(蘇震寧) 가나 중국광산협회사무총장은 “현지 군경이 주민들에게 중국인의 재산을 몽땅 약탈하라고 부추기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가나 주재 중국대사관이 이번 사태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여러 채널을 통해 가나 당국에 해당 사건을 타당하게 처리하고 가나에 있는 중국인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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