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한해에도 시들지않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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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안=김경욱기자】가뭄에 타던 지역에도 가을은 왔다. 농작물은 타죽었어도 어린이들은 싱싱했다.
새학기가 시작된 2일 가뭄에 시달렸지만 맑음을 잃지않는 어린이들 고함소리며 웃음소리는 조용했던 국민학교 교정을 메웠다.
무안군일노면 일노국민학교 전교생2천3백명중 99%가 이날 검게탄 얼굴로교정에 모여들었다.
어린이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씨름판을 벌이고 줄뛰기를하여 방학동안 물푸기에 시달렸던 쓰라림은 이미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가셔버렸다.
그러나 방학숙제장을 점검한 5년담임 정재룡교사(38)는 숙제를 못한 어린이가 어느해보다 많았다고 언짢은 표정이었다.
문교부가 새학기부터 실시한다던 한해아동의 급식은 2일현재 서류상으로만 무안교육청에 양곡이 왔을뿐 일선학교에는 감감소식.
교과서는 지난7월21일까지 전부 배부됐으나 무장지급의 혜택은10%뿐.
한교사는 『출석율이 좋은것은 급식에대한 기대가작용하고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왜 늦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탓했다.
문홍수교장은 『당장은 부담이 없기때문에 부모들이 학교보내는 것을 막지않으나 부담이 생기는 중학교의 진학은 크게 영향이 올것』이라고 걱정했다.
작년도의 이학교 진학율은 졸업자3백50명의70%.
그러나올해는 재적자3백35명의 50%아래로 떨어질것같다.
가뭄에 농토가 다타버린 영화농장의 한가운데 사는용산리의 6년생 40명가운데는 중학교에 진학할 아동은 몇명안된다면서 이장조원일씨(39)는 『이러다가는 인재마저 가뭄들겠다』고 걱정한다. 교장 문씨는 현재 재학중인 아동에 대해서만 부담금을 면제해줄것이 아니라 진학을 도와주고 특별한시책을 마련하여 어린이들의 가슴을 멍들게하지 말아야한다고 호소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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