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송금 해법 난항] 한나라, 盧에 화살

중앙일보

입력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불똥이 노무현(盧武鉉)당선자에게로 튀고 있다.

한나라당은 7일 청와대에 맞췄던 과녁을 盧당선자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곤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거세게 압박해 들어갔다. 특검이 불발에 그칠 경우 그 책임을 盧당선자에게 묻겠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제기했던 각종 대북 비밀지원 의혹이 상당부분 진실로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의 공세에 탄력이 붙었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盧당선자측 연루 의혹을 꺼내들며 특검제를 밀어붙였다. 그는 "盧당선자가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고 당선됐고 우리당에 와서 재차 엄정수사 의지를 밝힌 바 있다"며 "그런데도 청와대.현대 및 북한과의 말맞추기에 발벗고 나선다면 배경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盧당선자가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현대 비자금 의혹과 대북 뒷거래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 전부터 부패의 멍에를 쓰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제 성사를 위한 대여 공세 수위도 훨씬 높아졌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무슨 일이 있어도 특검제로 가야 한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의 고백.사과와 특검제를 통한 진실 규명은 연계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金대통령이 직접 사과해도 특검은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초강경 입장을 취하는 것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제 도입 의견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관철시키는 게 당 지지도와 결속을 위해서도 큰 힘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여권에 의해 제시된 '비공개 증언을 통한 해법안'도 일축했다. "청와대와 국회가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는 盧당선자의 의견도 일소에 부쳤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이를 "고름이 가득 찬 종기를 수술하지 않고 덮고 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폄하했다.

이에 따라 이날 특검제 도입문제를 논의한 3당 총무회담은 결실없이 끝났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내밀며 특검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관련자들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 증언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궁금증을 풀자"며 거부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의원은 특검제에 찬성했다.

여론과 자민련의 지지를 업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특검 법안을 단독처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盧당선자 측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남정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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