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의 첫 공식접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체코」의 자유화문제를 에워싸고 현저하게 벌어지기 시작한 동구권의 분화경향은「체코」·「루마니아」·「유고슬라비아」의 공고한 결속을 촉구했고, 소련- 파란-동독의 긴밀한 유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브라티슬라바」회담에서「체코」의 자유화·민주화운동을 일단 승언키로 했던 소련은「체코」가 언론자유를 악용하여 사회주의에 대한 반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하였지만, 동구의 가일층의 분화와 서구제국 공산당의 이탈을 염려한 소련이 그 이상의 정치적·군사적 행동을 취하면서까지 「체코」자유화의 물결을 견제할 공산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처럼 소련이 말로만 「체코」의 자유화를 트집잡으면서 실제로는 이를 방임해두지 않을 수 없다고 할 적에, 거센 자유화의 물결로 국내정치상으로나, 국제정치상으로나 심히 난처한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은 종래 국토분단을 이유로「스탈린」주의통치를 지속해오던 동독정권이라는 것은 구차스런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체코」의 신정부는 비「스탈린」주의 운동을 철저히 전개하는 일환으로 외교정책상 「두개의 독일」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벌써부터 공언한바 있다.
그렇다면「체코」가 추구코자 하는「두개의 독일」정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체코」공산당의 새로운 행동강령에 의하면 그것은 서독에 「네오나찌즘」이 대두하는 것을 엄중 경계하되, 서독에 대해서 사실상의 정부승인, 국가승인을 주고, 광범하게 경제교류·문화교류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체코」의 구상은 아직도 실천단계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체코」나, 이를 지지하는 동구 몇몇 국가가 두개의「독일정책」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게 된다고 하면 동독의 지위는 필연적으로 약화되기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동독에서의 공산통치체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체코」의 이와 같은 접근시도에 대해 서독은 2차대전전의 「뮌헨협정」을 휴지로 돌릴 의사가 있음을 시사, 양국관계개선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자진해서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체코」가 앞장선 동·서간 화해작용에 대해 신경과민해진 동독은 주여전「체코」와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이 회담에서 동독의 역력으로는「체코」의 자유화를 막을 수 없음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를 써서 동·서간의 각료급회담이라는 극적인 제안을 하게되었다. 그런데 서독은 오래전부터 이 회담을 갖기를 원했던 것이니, 동·서독간의 각료급 회담개최의 기운이 성숙해 졌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국제정치상 궁지에 몰린 동독이 서독과의 최초외 정부간 직접접촉을 제안 하게되었다는데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외신에 의하면 서독은 이 제안을 즉각 수락하고, 대표로서 「칼·쉴러」경제상을 보내 동독의 무역상「호루스트·죌레」와 회담하게 하리라한다.
이 회담에서 동독은 동독정부의 합법성시인을 요구하게 될 모양이나 서독측에서는 이런 까다로운 정치적·법적문제를 모두 빼버리고, 주로 동·서독간의 경제교류를 촉구키 위한 실무상 제문제의 합의에만 치중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동독과 서독간 각료회담제의는 결코 「모스크바」의 의사를 뚫는 것이 아니고「체코」자유화의 물결이 동독에 미치는 파멸적 영향을 미리 막으려는「크렘린」의 치밀한 계산 밑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독일처럼 분단된 국가가 최초의 정부간 직접접촉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자유·공산두개진영 대립의 역사상, 초유의 일로, 여기서 동·서독간에 어느 정도의 접근, 교류가 이루어지겠는가 우리로서도 그 움직임을 주시해둘 필요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