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강물 산을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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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양수기에서「호스」까지 농촌에 변변한 마련이 있을턱이 없었다. 그러나 매정한 가뭄을당한 농민들은 없다고 주저 앉아버릴순 없었다. 비싼 고무「호스」가 없는 마을은 광목으로「호스」를 만들어 가뭄을 이겼다.
보성군호동면하감리17가구 부락민들은 장장 1백50미터나되는 광목「호스」로 물을 끌어 10도 경사지의 높은지대 4정보의 천수답에 모내기를 거뜬히 끝냈다.
하감리는 3백여미터 눈앞에 흥건히 흐르는 보성강물을 굽어 보면서도「호스」가 없어 물을끌어댈수가 없었다.
7월초부터부녀자들이밤새워 동이물을 길어다 논바닥에 부어봤지만 메마른 논바닥은 아물줄몰랐다. 이러기 1주일 힘에 지친 부녀자들을 본 마을 청년회장 이득춘씨(39)반장 손기우씨(31)파월제대 맹호용사 안병만씨(24)가 궁리를했다. 『밭밑에 흐르는 저물을끌어쓰는데는 긴「호스」가 필요하다』고. 손씨는 양수기(3인치)를 빌리기로, 안씨는광목사는돈을, 이씨는「호스」를 만드는책임을 각각 나눠맡았다.
일은 3일만에 이룩됐다. 7월20일 보성강에 양수기의 발을 담그고 30미터의 벼곡산 중턱까지 3단계로 물을 끌어 올렸다. 산 중턱 허리를 잘라 수로를내고 징검다리도만들었다. 그위에 광목「호스」가 가장높은 지대의 논 까지 이어졌다.「비닐·호스」철관으로가뭄을 이겨내는농민도있다.
회천면회령리 김상두씨(46)는 일림사골짜기에서 마을앞을 흐르는 봉강천물을「비닐·호스」로 끌어다 자기논 15두락과 이웃 45농가 20단보에 모내기를 끝냈다.
내에서논까지가 3백미터, 그사이에 모래사장이 끼여있어 물을 그대로끌수없었다. 물길을파고 그위에 「비닐」을깔아 양쪽을 돌로 눌렀다.
한방울의 물도 헛되이 새어나지않았다. 인근들녘은 빨갛게 타들어가도 이 작은들은 짙푸르기만하다. 농민의 기지와 피땀어린 노력이끈덕진데도그힘이못미쳐당국의손이아쉬운데도 많다. 보성군은1천7백여정보의 논에2∼4단계 양수작업이 가능한데 보성일대를 도도히흐르는 물을 보고도 퍼올릴 양수기가 부족하여 실농하고 있는곳도적지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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