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바다의 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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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밤바다가 좋아서 바다를 찾곤 했다. 그보다도 바다가 보이는 밤하늘의 풍경이 좋아서 바다를 찾았다고 함이 옳겠다. 밤 바다의 신화. 그것 때문이다. 뭇 성좌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밀고 썬다. 그건 큰 즐거움이다. 밤낚시 나가는 배가 떠난다. 불빛을 지켜본다. 참 많은 얘기가 담긴 정적이다.
그래서 내가 친구들과 찾은 해변은 결코 붐비는 곳이 아니었다.「앨런·포」의「아나벨·리」를 즐기던 시절, 그곳은 우리만의「바닷가 왕국」이었다.
그곳을 떠나던 전날밤, 모두들 모랫벌에서 잠이 들었다. 밀려드는 파도가 간지러 그만 잠이 깨었었다…. 묵은 화폭을 들춰본다. 저기 보이는 소나무 숲과 모래사장은 지금도 정적과 뭇얘기가 소근거리는 느낌이다.
▲28세 ▲화력은『글쎄요…』 ▲이대사학과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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