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에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 있다…임대료 하락 우려에 임대시장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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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오피스텔 3실을 보유한 김모(62)씨는 요즘 착잡합니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5년 안에 행복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행복주택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50~60% 정도에 책정될 예정인데, 이 점이 김씨를 심란하게 합니다.

그는 4년 전 은퇴한 후 전 재산을 모아 오피스텔 3실을 샀습니다. 임대료는 각각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5만원.

김씨 부부는 국민연금과 오피스텔 임대료를 생활비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행복주택의 임대료는 30만~35만원 정도가 됩니다. 자연스레 주변 임대료 수준이 낮아지거나 공실이 발생하게 되겠죠. 당장 생활비가 40% 정도 줄어들게 됩니다.

김씨는 푸념합니다. “그렇잖아도 요새 도시형생활주택이니 오피스텔이니 공급이 급증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언제는 주택임대사업 하라며 세금 깎아주고 규제 풀어주고 하더니 이젠 임대사업자는 다 죽으란 얘기에요.”

새 정부가 임대료 절반 수준의 행복주택 20만 가구를 5년 안에 공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최근 서울ㆍ수도권에 시범지구 7곳을 선정하고 1만 가구를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죠. 당장 3곳이 착공에 들어가고 2016년이면 첫 입주자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부의 행복주택 공급 발표 후 한숨 짓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피스텔ㆍ원룸 등 소형주거시설을 임대한 투자자들입니다.

정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한 서울 송파ㆍ양천ㆍ구로ㆍ서대문ㆍ노원구 등 5개 자치구에선 지난 4년간 도시형생활주택 1만6000여 가구가 건설인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들 지역에 들어설 행복주택은 8500여 가구입니다.

현재 서울은 소형주거시설 공급 급증으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연 5.63%로, 지난해 1분기(6.18%)보다 0.55%포인트 낮습니다.

여기에 행복주택 20만 가구가 추가 공급되면 수익률 하락은 물론 공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실 늘고 임대료 떨어져 수익률 하락 불가피

더 큰 걱정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 책정한다는 임대료입니다. 지금도 공급 급증으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있는데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는 지난해 6월 보다 1.19%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지난 정부의 대표 정책인 보금자리주택보다 이번 행복주택 공급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을 전셋값 폭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손꼽습니다.

주변 시세의 50~80% 수준에 분양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분양시장이 침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값싼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민간아파트가 찬밥이 됐다는 것이죠.

여기에 보금자리주택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에 공급됐지만 행복주택은 도심(철도부지)에 공급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행복주택 입주 입주자격요건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6월께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연말에는 자세한 사항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지역 특성과 수요자의 여건을 고려해서 맞춤형으로 정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공릉ㆍ가좌지구는 대학생, 특히 신입생이나 복학생에게 우선권을 줄 계획입니다. 신혼부부ㆍ고령자 특화 단지로 조성하는 오류ㆍ목동지구는 임신한 신혼부부나 육아를 도와주는 고령자에게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송파ㆍ잠실ㆍ고잔지구는 20~30대 사회 초년생이 대상입니다. 소득이 낮은 수록 입주하기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원룸ㆍ오피스텔 등 소형주거시설의 주요 수요층입니다.

현재 전국의 임대주택사업자(매입)은 4만명 정도입니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집을 사기 꺼려하는 최근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살펴 보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행복주택 본격 추진에 앞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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