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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혈액과 과학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자백은 증거의 여왕이다』라는 법언이 말하듯이 해방 이전 일정 때는 어떤 사건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사람이면 무조건 검거되어 자백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이른바 증거주의 재판이 실시됨에 따라 사람을 체포하는 데도 확실한 물적 증거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 물적 증거의 포착이 결국 범죄 수사 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혈액이 범죄 수사상 증거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지만 특히 희망적인 것은 최근에 와서 새로운 혈액형이 속속 발견되어 장차 한방울의 피로서도 개인 식별이 가능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현재 알려진 개인 식별을 위한 혈액형만도 2천1백23만6천6백64가지나 된다. 따라서 앞으로 새로운 혈액형이 속속 발견된다면 지문 모양으로 혈액형은『만인이 같지 않다』는 원칙이 나올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우선 호적 대신에 혈액 대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가 출생하면 출생 신고는 탯줄을 자를 때 나오는 혈액 한방울만을 제출하면 될 것이고.
병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종래에는 혈액형과 병은 무관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최근 학회에서는 이의 관계가 문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자궁암은 A형인 사람이, 위암은 O형인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장차 이 관계가 해명된다면 질병 치료 내지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친자감별은 1백% 가능하게 되어 부정 임신을 완전히 적발함으로써 사회 질서 확립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혈액의 과학 수사에 활용을 위해 법의학도들은 오늘도 새로운 혈액 인자를 찾기 위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문국진<의박·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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