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김용판, 축소수사 지시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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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대선 직전 서울수서경찰서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축소 수사 지시를 내린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21일 검찰 조사에서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PC에서 나온 키워드 78개를 분석해 달라는 수서경찰서의 요청에 대해 ‘4개로 추려 요청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또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하라’고 지휘라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인정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김 전 청장 소환에 앞서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을 상당수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청 압수수색과 서울청과 수서서 간 지휘라인 조사를 통해 김 전 청장의 지시 사실을 입증할 문서와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이를 제시하며 압박하자 김 전 청장은 “키워드 분석을 간소화할 것과 수사 조기 종결 등을 지시한 게 맞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다만 김 전 청장은 “디지털 증거 분석에 대해 정확히 몰랐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신속히 수사를 마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공식 지휘 체계를 통해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은 김 전 청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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